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브소영 Jun 02. 2021

넌 그냥 재테크 하지 마세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몇년전 친한 후배랑 밥먹는데 녀석이 뭘 좀 어서 들었는지 어려운 얘기들을 쏟아내요. 무슨 전세금 돌려막기 같아 보이는걸 '갭투자'라는 새로운 용어로 좀 있어보이게 설명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일단 기존과 똑같은데 새로운 용어로 포장하는 순간 그 의도를 파고듭니다. 예컨대 분명 제 눈엔 '다단계'로 보이는데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하면 그냥 안 듣습니다. 똑같은 '전대차'를 '공유 오피스'라 부르면서 무슨 무슨 스타트업 한다고 하면 저는 그게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스타트업인지를 묻습니다.  원래 '장사'를 '비지니스'라 한다고, '실장님'을 'CEO'라 한다고 그 내용과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죠. 여튼간 그 후배 얘기를 듣고 몇 차례 더 다른 사람으로부터 갭투자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얘길 몇번 더 들었던 것 같아요.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느냐구요? 다 망했습니다. 갭투자로 몰빵했던 주변의 많은 분들은 그 뒤로 mind the gap을 듣기 싫어서 런던 여행을 안간다는 우스개 소릴 하더군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대형 갭투자자들이 줄파산하고 있는데 아직 파악이 안되서 그렇지 꽤 규모가 크다고해요. 여튼간 돈 좀 된다고 어줍잖은 지식으로 뛰어들었던 많은 제 주변 지인들은 그 어떤 재테크로도 별로 재미를 못 봤어요. 또 다른 후배가 무슨 '비트코인' 얘길 하면서 새로운 금융 질서가 재편된다고 하길래 누가 팔고 사는지도 모르는데 왜 사느냐고 딱 잘라 말했죠. 심지어 그냥 넌 재테크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를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은퇴자금을 위한 저축의 일종으로 생각하는데 이에 반대합니다. 극단적으로 그냥 재테크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요. 대부분의 경우 그냥 아껴쓰는게 훨씬더 수익률이 좋은 경우가 많거든요. 가령 연봉 5천의 직장인이 새로나온 벤츠 탈 것을 중고로 아반테 뽑으시면 그 차를 타고다닌 10년간 연 8% 수익을 내는 상품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에 좀 똑똑하고 금융지식이 있어서 IMF또는 리만브라더스 사태를 크로노지컬리 설명하고 해석할 수 있다면 좀 얘기가 다릅니다만 DLF와 라임자산운용사태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00주식 샀다/팔았다는 얘길 하면 너무 가소로워요. 돈 벌었다고 하셔도 사실 그 시간에 독서를 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가졌다거나, 운동을 하고, 지인과 네트워크를 다졌다면 훨씬 더 높은 시간대비 효용을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주변의 투자 플로우는 보통 이러합니다. 

 1) 명품과 비싼차를 갖고 여행 다니고 싶다 / 건물주가 되어 편하게 살고싶다   

 2) 그런데 나는 돈이 없다

 3) 열씸히 금융 공부를 한다

 4) 비트코인, 부동산, 주식, 펀드에 투자한다 

 5) 폭망한다 

 6) 공부가 부족했다고 자책한다 

 7) 3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는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판단에는 지금 돈이 없다면 1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돈이 있어서 샤넬 가방을 사는게 아니라, 샤넬 가방이 필요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순서가 잘못되었단 얘깁니다. 월세 따박따박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이 필요해서 재테크를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것도 잘못된 발상인 것 같고요. 이제 저희 시대는 과거 수십년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온 '부동산 불패신화'가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비싼걸 살 수록 가난해진다는 팩트를 빨리 깨달아야하죠. 그래도 성공한 극소수들의 삶을 동경한다면 또 극소수의 슈퍼개미들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아야하고요. 막 지금 재테크 안하고 영혼까지 모아서 아파트 사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고, 당장 은퇴자금 월평균 300만원 나오는 구조를 안 만드련 난리날 것 같죠? 그렇데 정작 그런 공포를 조장하고, 이슈몰이를 하는 세력이 누군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해보아야합니다. 아무튼 제 오만함 일 수도 있지만 어려운 얘기로 금융과 재테크 하는 부류들과 어울리지 마세요. 열에 아홉은 당신이 맡긴 예치금/투자금의 수수료가 필요해서 하는 말들이니깐.




작가의 이전글 항상 돈 없다고 하는 그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