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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ausa vi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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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Oct 31. 2020

살아있기에




당근 꽁지가 많이 자랐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걸 볼 때
생명이 주는 어떤 기쁨이 있다.


재작년 겨울, 미용실에 다녀오다 화분을 하나 샀었다.

분홍색 꽃이 피는 그 화분에서

어느 날 잎줄기 하나를 떼어내 물에 꽂아주었다.

손가락 한 마디보다 조금 긴 그 식물은

시들었다 살아났다를 반복하면서
지금도 살아있다. 
얼마 전 말라버린 잎을 떼어냈더니
거기에서 작은 잎 하나가 돋아 나온다.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존재를 드러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뭔지 모를 희열을 느끼곤 한다.

왜 그럴까.



작년에 누가 선물해 준 
시들지 않는 생화는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모양이다.
피어있는 채로 어떤 변화도 없다.
처음에 보았을 때 예쁘더니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무생물이나 다름없다.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
오늘따라 그 순환, 변화, 나고 죽음이
특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달도 차면 기울어야 하고
해도 뜨면 져야 하고
사람도 태어나면 죽어야 하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나이듦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양이 되는 것
당연한 걸 넘어 아름다운 일이 맞는 것 같다.  

살아있기에.
 

살아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어줄 수 있으므로.



201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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