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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헌 Dec 17. 2018

이슬

2012.09.25.

 2012년 9월의 글을 다시 기록.




군인 시절에는

새벽녘에 무언가 많았다.

생각, 별이나 안개, 그리고

도시에서 못 듣는 좋은 소리들이 많기도 했다.


그러다 힘이 들면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걸 봤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맺혀서 떨어지는 걸 자세히 봤다.


둥그렇게 모이고 모여서.

뚝, 아니면 톡. 이런 느낌.

그리곤 다시 모여든다.

그런 과정이 넉넉하게 반복.


그걸 바라보며 느낀 내 감정이 애달팠던 것인지, 사랑스러웠던 것인지.

고통스러웠던 것인지, 위로받았던 것인지 그땐 몰랐다.


내가 이슬이라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이 행복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 떨어질 때면 두렵고 아프겠구나 생각했다.


결국엔 떨어지기 위해...

모여들고 기다리는 시간들까지 얼마나 불안하고 서글펐을까 생각했다.



그 새벽에서 5년이 지난 지금, 문득 시간이 연결된다.

(2007년-2012년)


그 이슬들은 떨어져도 또 다른 이슬로 태어났을 거다. 그건 순리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리고 다시 모여들고 만났겠지.


그것들은 수없이 연마한 부드러운 보석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모여들고 떨어지고, 다시 돌아가는 그 시간들을 미리 알 수 없어서 두려웠겠지만, 결국  견뎌냈으니까.



내가 겪은 시간과 마음들도,

그중에 나약하고 부끄러운 것들도.

버릴 것 없이

정말로 소중한 것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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