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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혜윤 Jan 23. 2020

우리는 가난을 흠모하지

우리는 가난을 흠모하지

유의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뿌리 내리기보다 방랑하기를

어쩌면 고상보다 천박을 존경하기도 해


많이 즐기되 조금을 필요로 하고

짐작하거나 계획하거나 상상하거나 꿈꾸지도

남기거나 축적하지도, 잉여되지도 않게

늙지도 젊지도 않은 채 그저 그대로 이기를.


나의 웃음이 누군가의 눈물이지 않고

지금의 가득함이 나중의 공허이지 않게

그 것만이 태도이자 바람이고

사유이자 수련, 기도 같은 것.


고래이고 싶어, 아니 바다가 되자.

분명하지도 않지만 뭉개지지도 않되

투명해 질 수 있다면


나의 맨발을 헤아리지 않아도

마음을 흐트러 놓은 무딘 질서가

촘촘히 나눈 규범에 앞선 방향이 되고

가볍고 빠릿한 속도를 가지자.

뛰지 않기.


결국 가진 것은 없는 채로

언제나 풍요로운 미소로

걸음 대신 춤추고

말 대신 노래하자.

메아리 없는 낮은 곳에서도 자주 외치자.

위태롭거나 메마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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