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일하는 당신에게
사랑하기도 존경하기도 하는 당신에게
남편은 응급실에서
끝끝내 살리지 못한 환자들의
죽음을 끌어안고 온다.
조금 더 빨랐다면 조금 더 늦었다면
이때에 이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면
그때에 그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매일 죽는 사람들로 매번 다른 복기를 하고
닥쳐오는 책임의 무거움만큼이나
맞서 싸울 칼날을 늘 예민하게 벼른다.
누구도 내 앞에서 죽지 않게 하겠다
정도의 목표는
하나의 죽음도 너무 큰 실패가 되잖아.
난 어쩌면 단 한 명을 살릴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라 생각해.
응급실에서 살린 이들은 그곳이어서만
다시 살 수 있던 사람이야.
사고든 병이든 그 이들은 죽음을 향해가고 있었고,
잔인하지만 죽음이 그들의 흐름에서
자연스러운 상태였을 거야.
응급실이 아니었다면.
결국 그곳이어서
운명을 바꿔 다시 살려 놓은 거지.
ㅡ
오는 길이 멀거나, 차가 막혔거나,
신고할 이가 없었거나, 연락이 늦었거나,
이 모든 일들을 최소화해서
응급실에 닿게 하는 게 시스템인 거고,
밖에서도 죽어가는 이를
응급실 문 앞까지 데리고 가려
무수하게 거대한 노력이 반복될 거야.
응급실은 그런 곳이니까.
당장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낼 기회가 있는,
인간의 생사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까.
ㅡ
놓쳐지는 생명이 있겠지만
극도의 최선들 틈에
만약 어떤 어긋남이 있었다 해도
오빠가 죽음을 창조한 게 아니라는 거야.
차라리, 흘러가는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 것일지 몰라.
기적이 일상보다 더 자주 있으니
보편적인 성과처럼 보이기도 하겠지.
감히 죽음에 대해
위안이 되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야.
다만, 하나의 기적에서도
그 값어치만 한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