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룬가바 더가바 경기장의 위엄! 청소 , 벌레, 그리고 동전들!
호주에 온지도 벌써 2~3주 차에 접어드는데, 아직 일은커녕 가지고 온 돈 200만 원이 서서히 떨어져 감을 느꼈다. 2주까진 일 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해서 쉬었다고 치지만 베드 버그에 물려서 일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도 큰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분명 호주 가기 전까지만 해도 영어도 자신감이 백배였는데 막상 오니 영어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부족한 점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이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결국, 영어는 하면 할수록 자신의 부족한 점이 보이니, 영어가 좀 부족해도 자신감 있게 도전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일단 다행히도 '썬 브리즈번'이라는 사이트에서 집 바로 옆에 있는 경기장에서 하루 단기 알바를 구한다는 소식을 형으로부터 들어서 일단 시간당 12불이라는 작은 작은 돈이었지만(그 당시 풀타임일 경우 17불 캐주얼 잡일 경우 21불이 최저시급), 하루를 일하면 1주일치 방값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생각 안 하고 하기로 결정했다.
형과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1층에 있는 콜스(슈퍼마켓)를 지나 경기장으로 걸어갔다. 신호등 건너편에서 모이기로 한 장소가 보였는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음.. 우리 같은 처지들이 많다는 사실에 한번 또 놀랐다. 뭐 사람 하는 일에 위아래가 어디 있겠냐만은 사람들이 한인 잡(이라고 말하고 불법 캐시 잡)을 한다는 건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신호등을 건너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어두컴컴한 하늘 밑으로 우리들의 고용주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고용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인 사람들을 주목시켰고 인원체크 후에 모두를 데리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주변을 둘러보니 한 50대 50 비율로 총 40명 정도가 있었던 것 같았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니 넓은 잔디구장이 보였다. 물론 거길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시합이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은 경기장 이었다. 고용주에 이끌려 잔디구장을 지나 구장의 맨 위쪽으로 올라가더니 각자에게 사람이 2명이 들어갈만한 검을 봉투를 각자에게 쥐어주며 장갑을 나눠 주었다. 우리들이 할 일은, 경기장의 맨 위층 끝부터 맨 아래층까지 땅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그냥 별생각 없이 온 우리는 별거 있겠어! 하면서 뭐 호주는 선진국이니 경기장도 웬만큼은 깨끗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몇 분 있지 않아 완전하게 깨졌다. 땅바닥은 플라스틱 맥주잔, 쓰레기, 음식, 등등으로 즐비해 있었다. 말하자면.. 쓰레기의 길이라고 말하면 되겠다. 바닥이 안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허리도 굽히면서 작업을 해야 했기에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이거였다.
"대박.. 형 이거 완전 쓰레기 장이야 헐.."
"그렇긴 한데 어쩔 수 없잖아 그것보다도 쓰레기 밑에 잘 봐봐! 동전 엄청 많아!"
" 오 금색 동전 나도 발견!"
사람들이 흘리고 간 동전들 이었다. 뭐.. 동전이라고 하면 얼마나 하겠어? 하겠지만 호주의 동전은 그렇게 싼 동전이 아니다. 금색 동전은 우리 돈으로 시가 2천 원이 넘는 돈이다. 청소가 거의 끝나갈 쯤엔 내 바지 주머니엔 동전으로 빵빵하게 채워져 있었다. 어떤 애는 지갑도 주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뭐.. 소문이니. 하지만,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쓰레기를 줍는데 손가락 두 개 만한 나방이 쓰레기 더미에서 수십 마리가 튀어나온다거나 손가락 두 개만 한 바퀴벌레가 속속 출몰했다... 이렇게 거대한 바퀴벌레는 처음이었다. 남자들이야 '에잇'하고 손으로 휘휘했는데 밑의 여자애들은 난리가 아니었다. 결국 4시간 정도 하고 쉬는 쉬간이 있었는데 40명 중에 여자애들 대부분이 중간에 못하겠다고 떠나서 남은 20여 명이 나머지 청소까지 다 끝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총 10시간 이상을 더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고용주도 당황해서 꼭 끝까지 부탁드린다고 사정사정해서 모두들 그냥 하기로 한 것도 있었다. 이 일을 하면서 남의 돈을 받는 건 쉬운 건 아니구나 하고 깨달은 것도 있고 이런 것도 하는데 딴 건 못하겠어! 하는 자신감도 생겼던 것도 있다. 아침이 밝아오자, 형은 10시간은 다 못 채우고 다른 하우스 청소하는 곳에 면접을 보러 가야 해서 사정을 말하고 떠났다. 물론 나는 마지막까지 남았다 하하.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 돈 넣었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호주에서 일하고 받은 돈이라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10시간 좀 넘게 해서 들어온 돈은 150불과 청소하면서 주운 40불 정도의 돈이었다. 그 시점 일주일 방값은 120불 정도여서 1주 하고도 조금 돈이 남는 돈이 생겨 여유가 조금 생기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와 땀에 쩔은 옷을 벗어두고 샤워를 했다. 형은 면접 보러 갔는데 잘 됐으려나? 형이 보러 간 일은 하우스 청소라고 렌트한 집을 반납할 때 무조건 청소를 하고 반납해야 하는데, 이사 후 청소하는 일이 바로 형이 면접 보러 간 일이었다. 좀 힘든 일인지 시간당 15불 이었고(한인 잡으로서는 높은 페이 수준) 당분간은 이런 일이라도 하는 것이 나중의 캐나다 컬리지 학자금을 보태는데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했다. 나도 이러고만 있을 순 없다! 일단 한인 잡 오지잡 가리지 말고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이리저리 사이트를 뒤져봤다.
"오, 이거 할만할 것 같은데?"
썬 브리즈번 사이트를 보니 '싸우스 뱅크 쪽 레스토랑 청소 시간당 18불'이라고 쓰여있는 광고를 봤다. 한인 잡임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임금에 혹해서 바로 전화해서 면접을 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막상 오후에 도착해보니 나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그 사장의 말로는 두 사람 중 잘하는 사람 뽑을 거란 이야기와 시급은 써놓은 거와는 달리 12불 정도였다. 그리고 시간대도 들쑥날쑥 이었다. 그래도 한번 해보자란 마음으로 그 처음 나온 사람과 처음 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대충 거기서 어떤 동선으로 한다던지 어디 어디를 해야 한다는 걸 대략 배워서 한 4시간 정도 하니 대충 마무리가 됐고 인사와 함께 일이 끝났다. 그 사람의 말로는 이제 내일부턴 그 같이 왔던 사람이랑 둘이서 해야 한다는 것과 일주일에 한 번씩 바닥 왁싱을 해야 한다는 이러저러한 말을 들었다.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갔고 이러저러한 사실을 형에게 털어놨다. 형도 면접을 보고 왔기에 서로 궁금한 것들이 많은 눈치.
"어땠어? 거기?"
"완전 거지 같았어. 속았다니까. 물론 처음 하는 일이지만 분명 18불이라고 말해놓고 가니까 12불로 줄어들고 말이야. 형은?"
"그냥 이거 해 보려고. 내가 영어 못하니까 당장 돈은 벌어야 하고. 어쩔 수 없지."
"헤헤, 나도 마찬가지. 그 아저씨 완전 사람 대 놓고 무시한다니까 완전 외노자 취급 대박이었어."
"그거 계속할 거야?"
"음, 모르겠어. 일단 내일까지는 해보고 결정해야지."
뭐 갔다 온 지금에야 그런 아저씨 만나면 막 쏘아줄 테지만.. 그때에 나로선 모든 것이 처음이라 주눅도 들어있었고 자신감도 사실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내가 봐도 어리석었다. 하룻밤 자고 다시 청소하러 갔을 땐 대박. 같이 온 사람도 있었는데 사장님이 가시자 마자 나에게 열쇠를 넘기면서 '난 더 이상 이런 일 하기 싫다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린 것.' 나도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먼저 선수 친 거지. 아... 항상 부모님께 배우길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는 걸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어서 그냥 무책임하게 집에 갈 순 없었어.
"사장한테 전화해봐야겠는데.."
뚜르르르르르(전화 중)
"사장님 어쩌고저쩌고..."
"뭐??!? 알았어 내가 갈게. 기다리고 있어"
사장이 당황한 소리로 기다리라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음 나도 그만둔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됐다...
-다음 시간에-
(영국에서 생활기!-웹툰 형식-)
http://webtoon.daum.net/league/viewer/19019
(저자가 혼자 개발한 슈팅게임! 많이 지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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