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he Play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재성 Jan 26. 2023

The Player

No.8 그라운드의 재판장, Pierluigi Collina

Pierluigi Collina

인상이라는 것은 어쨌든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처음 만난 사람이 무서운 인상이거나 강직해보이는 인상이라면 일단 거리를 어느 정도 두게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래서, 사람은 겪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겠지.


엄청나게 강한 인상의 이 남자. 만약 영업사원이었다면...아마도 좋은 성적을 내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지만 - 두려워서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지도 - 그의 본업은 FIFA의 Referee로 이름은 Pierluigi Collina라는 양반이다. 인상으로는 Referee보다는 확실히 Judge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듯. 


소시적에는 축구선수였고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모든 대학의 어머니로 불리우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 Università di Bologna(볼로냐 대학)에서 Economics을 전공한 석학이기도 했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다하면 경멸의 대상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지만 콜리나는 드물게도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사랑을 넘어 존경까지 받는 사람이었고 평소 구단도 선수도 못믿는 '불신의 아이콘'으로 각광받던 악동 무리뉴마저 최고의 심판으로 꼽은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선수로 경기를 뛰었던 당대의 스타 베컴과 호나우디뉴가 유니폼을 교환하자고 다가갔던 것은 덤.

Pierluigi Collina

오심의 피해를 입은 선수가 '아..내가 뭔가 잘못을 했으니 콜리나가 그런 판정을 내린 것이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의 신뢰는 그냥 쌓인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맡은 경기의 양쪽 팀들의 주전선수, 교체선수, 그들의 취향 및 특기, 팀의 작전경향까지 분석하고 경기에 나섰고 카드는 정말 필요할 때만 끄집어냈으며 경기를 끝낸 후 오심임이 드러나면 별의별 핑계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던 대부분 심판과 달리 군말없이 자신의 오심이었음을 밝히고 그 누구보다 그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그런 그의 존재를 가장 빛나게 만든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 축구의 흑역사였던 2006년의 칼쵸폴리였는데, 유벤투스의 단장이었던 루치아노 모지가 승부조작, 심판매수, 언론조작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이탈리아 축구판을 뒤집은 그 사건에서 '뻣뻣하고 말을 들어먹지 않으니 손 좀 봐줄 심판들'중 하나로 콜리나가 언급된 것. 


결국 칼쵸폴리 스캔들로 엉망이 된 이탈리아 리그 심판고문을 맡게되었고 UEFA심판위원장을 거쳐 FIFA 심판위원장에 임명되게 된다. 


FIFA의 심판위원장으로 그가 가장 공을 들여 도입한 것이 VAR이라는 것도 그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심판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않았음에도 게임에 오심이 끼어들 여지를 최소화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일로 밀어붙혔고 결국 다들 군말없이 따른 것을 보면...하긴 저 인상에 개길 생각을 하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을 듯 싶기도 하다.


그는 이탈리아 축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유일한(현재까지)심판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The Play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