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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Jun 06. 2020

우리에게 필요한 건
컨트롤도, 힐링도 아닌 대화다

우린 우리의 마음과 친해질 의무가 있다.

퇴근길에 강남역 교보문고에서 책들을 둘러보는 취미가 있다. 입구에서 나를 맞아주는 이 달의 추천도서와 베스트셀러들만 봐도,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롭고 세상의 흐름을 아는데도 도움이 되는 게 좋았다. 서점을 돌아다니며 요즘 든 생각은,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화두라는 것.


"힐링"은 과거의 유행이 되었지만, 그 단어가 남긴 유산은 마음챙김, 공감과 같은 키워드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 요즘따라 부쩍 많이 보이는 위로를 전하는 책들이 그 유산이다. 라이언과 어피치가 주인공인 에세이부터 명상법, 애쓰지 않기, 일상 속 행복 찾기 등. 그 반대편에는 꾸준하게 스테디셀러 위치를 지켜온 마인드 컨트롤, 멘탈 트레이닝 관련 책들이 있다. 자신감있게 말하는 법부터 글로벌 리더십, 비즈니스 마인드셋 등등. "마음"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주제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데 책의 제목들을 가만 읽다 보니, 의문점이 생겼다.


왜 나의 마음하고 친해지라는 말을 하는 책은 하나도 없는 걸까?



바쁜 일상에 치여 마음과 친해질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온 우리에게는 내 마음과 친해지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콘텐츠들은 친해지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괜찮다, 당신만 힘든 게 아니다 같이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 같은 위로를 건네거나, 세계적인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마음을 바로 잡았다, 혹독한 세상에서 생존하려면 책에서 소개하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써야한다와 같은 식으로 마음을 다루는 방식이 양극화 되어있다. 


아주 연약하고 다치기 쉬워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

엄격하게 감시하고 휘어잡아야만 하는 존재. 

우리가 접하는 마음과 관련된 콘텐츠의 대부분은 마음을 둘 중 하나로 본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단순하게 못박을 수 있는 것일까.



감정이나 생각, 기억 따위가 깃들이거나 생겨나는 곳.
- 고려대학교 한국어대사전


마음은 삶의 매 순간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 기억들이 켜켜이 쌓이고 뒤섞여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 세상의  어떤 존재 보다도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고, 변하기도 쉽다. 그렇기에 나의 마음이라는 존재와 더 자주 대화해야 한다. 어떨 때 행복한지, 어떤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지, 어떤 모습의 마음으로 삶이라는 여정을 채우고 싶은지. 그렇게 천천히, 차근차근 친해져야 하는 존재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아픈 상처를 어설픈 위로로 덮어두거나 외면하고 휘어잡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허황된 말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삶을 단절하고 싶었던 순간의 나를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준 것은,

언제 행복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를 보다 명확하게 만들어준 존재는,

매번 대화하며 이해하려 노력했던 내 마음이었다. 


마음이 힘들 때, 책도 좋지만 펜과 종이를 들고 글을 적어보면 어떨까.
내 마음은 언제 행복한지, 언제 슬픈지, 언제 화가 나는지.
나의 마음이 나를 어떤 삶의 모습으로 이끌어주길 바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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