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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재판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하면 지방(군, 현 등)으로 파견되어 군역, 노역, 조세, 재판, 교육, 노동력 관리 등 입법, 사법, 행정의 일을 도맡아 하는 관리가 사또이다. 원님, 수령이라고도 부른다.


사또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거나 형사적인 문제까지 판단하는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사또가 판결을 내리는 절차가 사또재판인 셈이다.


그런데, 사또재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죄를 범한 것이 사실인지,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무엇인지, 법전에 근거가 있는 것인지, 상식과 경험칙에 따라 사리에 부합하는지 등을 가리는 것이 재판인데, 사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데려다 놓고 본인에게 죄를 말하라는 것이다. 본인이 "알겠다"라고 말하면 유죄가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모르겠다"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가.


분명 다수의 사또는 증거조사를 하고, 법전을 살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의 사또는 본인이 죄를 알 때까지 때리거나 주리를 틀거나 하였을 것이다. 사또재판이 인용되는 경우는 사또의 내심, 주관적 판단에 따라 판결의 결과가 달라지는 재판을 뜻할 때이다.


사또재판은 법전, 선례, 증거보다는 자신의 주관을 앞세워 유무죄를 판단하고, 분쟁의 해결책을 자의적으로 내놓기 때문에 이런 식의 재판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승복하기도 어려워진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원의 독립, 법관의 독립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관은 주관으로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 헌법이 어렵게 사법부의 독립을 규정해 놓았는데, 법관이 스스로 독립에서 개입으로 나아가는 역행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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