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해야 할 일을 모두 연휴의 끝으로 미루고 이 긴 휴가가 상당히 지루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품었지만, 이제 그 마지막 날이다.
사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연휴가 끝나면 산더미처럼 처리해야 할 일들, 그리고, 더 할 나위 없는 무게감으로 인해 달라질 것이 없는 삶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또는 그 동안 미루어 두었던 일들에 대한 반추가 긴 연휴에 대한 기대로 작용했다.
다시 삶의 전장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사람에 의해 시달리고, 일에 치이고, 빠듯한 소득으로 다시 과소비한 기간 동안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고민들이 어제는 하지 않았지만, 연휴의 끝인 오늘은 해야 한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찾아드는 그 서글픔, 불안, 약간의 우울. 그것이 오늘은 배가 되어 작용하는 듯 하다. 깨진 바이오 리듬도 다시 균형을 맞춰야 하고, 한껏 풀어진 마음의 긴장도 다시금 다 잡아야 한다. 하지만, 내일 하루 더 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긴 휴지기에 '그 어떤 일'을 했어야 했는데 또 못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쇼파에 늘어져 TV 리모컨이나 만지며 보낸 시간이 아쉽게 다가온다.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쌓아둔 책도 마저 읽어 둘 걸. 여러가지 미련이 남는 열흘이 지나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늘 후회하고, 다시 다짐하고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희망을 품고 그것이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