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y essay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란 어리석음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단 것 먹지 마라, 공부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등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던 시절,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데로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과연 나는 자유를 얻었을까. 아이러니하게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 끝에 수많은 구속들이 발생했다. 어릴적에는 물건을 훔쳐도 처벌받지 않았다. 형사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단지 물건을 훔친 사실에 대해 혼이 날 뿐이다.


숙제를 하지 않거나 까짓 학교를 한번 쯤 빼 먹더라도 삶에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런데, 그토록 바란 어른이 되고 보니 어떤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내 수준의 소득범위에서 지출일 뿐이다. 결코 회사를 아무런 이유없이 결근할 수도 없고, 진상같은 사람에게 욕한마디 할 수 없으며, 먹여 살릴 처자식이 생기니 욕구대로 할 수도 없다. 참고, 또 참아야만 한다.


가능하다면 어른이라는 사실을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어른이 될 수는 있어도 어른이 아닌 상황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국가도 어른에 대해서는 포기하지 않는다. 세금을 거둬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어른이라도 절대 징수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는다.


어쩌면 인생은 동경할 수 있는 상황일 때 행복할지 모른다. 맛볼 수 없는 포도가 최상으로 달 것이라는 상상이 삶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일 수 있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판단이 든다. 어릴 적에는 책임이라는 것이 없었지만, 어른은 무한한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바라던 어른이 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아이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현실은. 나는 어른이고 어른답게 살 궁리를 모색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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