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되는 이유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요즘 세상에 이혼이 무슨 흠인가! 다들 이혼해, 괜찮아! 잘 했어. 얼마나 좋아
자유롭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수 있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나 그런 위로를 듣는 당사자나 무언가 찝질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혼에 대한 오랜 관념은 결혼생활의 실패가 이혼이라는 등식에 있기 때문에 "잘했다"라고 말하면서도 찝질함은 남는다. 여전히 이혼은 결혼 실패라는 생각과 그런 시선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혼을 지나치게 억제하거나 조장하거나 이혼 당사자에게 과하게 공감을 표시하거나 주제넘게 질책하는 등의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혼 당사자 역시 남들로부터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혼은 결혼생활의 실패, 인생의 어느 지점과 부분에서의 추락이 아니라 단지 혼인의 해소일 뿐이기 때문이다. 민법에서 이혼을 규정할 때, 그리고 원서에서 이혼을 설명할 때 그 챕터의 제목은 '혼인관계의 해소'로 되어 있다.


혼인은 남녀가 부부가 되어 공동생활을 하기로 하는 계약으로 설명한다. 즉, 하늘이 정해준 운명 따위도 아니고 무거워도 짊어져야 할 숙명도 아닌 것이다. 단지 "결혼할래?"에 대해 "그래"라고 답하는 바람에 성립된 계약일 뿐이다.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이혼은 계약의 해제를 의미한다. 다만, 과거로 소급해서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지만 향후 계약이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살자는 의사표시이다. 물건을 샀다가 하자가 있어 계약을 해제하게 되면 매수자는 그 물건을 반품해야 하고, 매도인은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 즉, 원상회복의 문제가 수반되는 것이다. 이혼의 경우에도 원상회복의 문제가 남는다. 본질적인 줄기에서 보통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아이 때문에 참고 참자"


이혼이 계약해제라고 했으니 참으로 간단할 듯 싶다. 하지만, 혼인은 남녀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출생한다. 아이들을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원상회복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가진 재산과 빚도 합리적으로 나누어야 한다. 원상회복 개념에 비추어 보자면 결혼당시 상태로 회귀해야 하지만, 혼인생활이 지속되면 여러가지 재산들이 모여져 있다. 물론, 형편없이 빚만 있는 경우도 있다. 안타까운 경우다. 계약을 해제하는 마당에 받을 물건이나 돈이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밑천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다.


이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정해져 있다. 혼인생활을 유지하는데 장애가 되는 상대방의 사정, 상대방 가족의 사정, 잦은 불화 등 이유가 다양하다. 정해진 이혼사유가 인정된다면 이혼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혼하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에 이혼은 여러 차례 연기된다. 아이문제, 경제적 문제, 사회적 시각문제, 독립의 두려움 등으로 이혼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혼이 현실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씨가 BMW를 샀다가 너무 자주 시동이 꺼지고 고장이 잦자 골프채로 그 차를 두들겨 팼다는 기사가 있었다. 해제하고 반품하고 돈을 돌려받거나 새로운 차량으로 교환받으면 될 일을 너무 화가 치밀고 짜증이 나서 화풀이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혼할 수 있는 이유와 이혼해야 하는 이유가 있음에도 참고 살아야 하는 이유 때문에 이혼을 미룬다면 그 인고와 인내에 있어서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이혼을 결혼생활의 실패라고 여기는 관념이나 이혼을 자녀와의 관계에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여기는 관념도 문제점이 있다. 세상은 나라는 개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 나만이 세상을 편면적으로 신경쓰고 있을 뿐이다. 내가 이혼을 하든, 참고 살면서 아무 문제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척하든 세상이 나에게 기울이는 관심의 크기와 양은 차이가 없다.


이혼해야 하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함이다. 자신이 먼저 존재하고 실감한 후에야 타인을 올바로 돌볼 수 있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마음 속에 멍에를 품고 있으면서 외관상 문제없는 척 하는 것은 건강상 좋지 않을 뿐더러 관계유지나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심이 있으면 표정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혼은 그저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중에 하나일 뿐이다. 절절히 사랑했던 첫사랑과의 이별보다 오히려 고통은 덜할수 있다. 이별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혼을 미루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자신의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이혼을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성도 작용하고 오기도 작용한다. 물론, 자녀들에 대한 배려와 희생도 작용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혼을 참는 이유의 대부분은 나에게서 떠나 있는 외적인 이유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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