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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예진 Sep 19. 2019

줄다리기 짝꿍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면 모두 짝꿍 

너와 나의 줄다리기


누가 이기고 지는 건

중요치 않지.


얼마나 둘이 오래오래

줄을 꼭 손에 쥐는 게 관건.


서로 콧등이 부딪힐 정도로

가깝게 줄을 쥐다,


한 발자국씩 뒷걸음치며

멀리서 줄을 쥐다,


한눈팔며 한 손으로만 쥐다,

뒤를 돌아 손바닥을 돌려 쥐다,


다시 또 가까이에서 웃으며

서로를 맞이하며 줄을 흔들겠지.


긴 시간 동안 너와 내가 쥐는 줄은

낡고 헐렁해지겠지만

우리를 이어 줄 테다, 한 선에


밀고 당기고

잠시 싸우기도

눈물을 훔치기도 할 테지만


너와 나는 같은 줄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겠지


먼 훗날

늙고 병들어 힘 없이 줄을 놓는 순간,


어느 한 손에만 남은 우리의 줄은

흐느적 흘러내리며 강렬하게 나타날 테야.


지금까지 삶을, 바짝 지탱해주던 힘

너의 그 손, 나의 그 손이었다는 걸.


놓지 않고 꼭 잡아줘서  

고마워요, 나의 줄다리기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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