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훈 Apr 06. 2016

와인 맛의 '비밀'을 살짝 밝혀드립니다.

와인에서 떫은 맛, 바닐라 맛, 견과류 맛, 후추 맛이 나는 이유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법은 참 다양합니다. 단순하게는 단 맛, 신 맛, 떫은맛, 쓴 맛부터 매운맛, 짠맛, 과실 맛, 우유 맛, 버터 맛 까지. 형용사로는 억세다, 부드럽다, 야리야리하다, 탄탄하다, 근육질이다, 복잡하다 등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죠. 여기에 시적인 비유와 이미지 묘사까지 들어가면 손발이 오글토글한 표현들도 마구 등장합니다. 와인의 이런 다양한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또 와인들은 이 맛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고 있을까요? 중간중간 각각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저렴한 와인도 같이 소개드리며 설명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와인에서는 여러 가지 맛이 납니다. 이는 와인을 만드는 다양한 공정에서 기인한 것인데요, 와인에서 느껴지는 대표적이고 재미있는 맛인 단 맛과 과실 맛, 떫은맛과 깊은 단 맛, 신 맛, 바닐라 맛, 구수한 견과류 맛, 후추 맛 등을 중심으로 맛의 비밀을 살펴보겠습니다. 엄밀히는 맛과 향을 제대로 구분해야 하지만 향 중에서 맛으로도 느껴질 만큼 특이하고 독창적인 감각들도 맛에 포함시켜 설명드리려 해요. 이번 글은 주로 레드 와인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물론 화이트 와인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글이 끝날 때쯤엔 와인 맛이 궁금해서 입에 침이 고일 수도 있답니다. :D



<입 맛 다셔지는 와인 한 잔>




I  단 맛과 과실 맛

단 맛은 당연히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의 당분 때문에 나타나는 맛인데요, 포도를 그냥 먹으면 꽤 달죠? 그 당분이 와인의 단 맛을 만듭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부러 달게 만든 스위트(sweet) 와인이 아닌 일반적인 드라이(dry) 와인은 이 단 맛이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포도의 그 많은 당분은 어디 갔을까요? 신기하게도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분은 대부분 알코올이 됩니다. 포도에 붙어있던 효모가 당을 양분으로 먹고 알코올을 뿜어 내거든요. 그러다가 당분을 다 먹으면 알코올을 만들 양분이 없기 때문에 발효가 종료됩니다. 그럼 당분은 거의 남지 않고 알코올은 충분히 생겼겠죠? 그것이 달지 않은 드라이(dry) 와인이랍니다. 자연적으로 생기는 알코올은 약 11도 ~ 15도쯤 된답니다. 이러한 드라이 와인을 마시고 단 맛이 난다고 느끼는 것은 여분의 당분과 과실 맛에서 오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과실 맛이 풍부하면 달다고 느껴져요.


<와인을 위한 포도를 발효하는 중입니다. 포도의 당분이 알콜이 되는 중입니다. 대규모 생산 시설에서는 이렇게 거대한 스테인리스 통에 발효시켜요>


여기서 팁 하나! 자, 그러면 포도에 당분이 많으면 효모가 먹을 밥이 많아지니 알코올을 많이 만들고, 당분이 적으면 알코올을 적게 만들겠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햇빛이 좋아 작황이 잘 된 해의 포도는 당분이 높아 높은 도수의 와인이 만들어지고, 구름이 많이 끼고 비가 많이 와 흉작인 해의 포도는 당도가 떨어져 알코올 도수가 낮아집니다. 그래서 같은 브랜드의 와인 맛과 그에 따른 가격이 해마다 다르기도 하죠.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만약 같은 브랜드의 와인인데 서로 다른 해의 것들이 있다면 도수를 한 번 비교해 보세요. 0.5% 에서 1% 까지도 차이가 납니다. 맛을 모르는 상태라면 저는 높은 도수를 선택합니다. 그 해의 포도가 더 풍작이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니 참고만 하세요!


<같은 와인이지만 생산 년도에 따라 도수가 다르답니다>




I  떫은맛과 '깊은' 단 맛

와인을 마실 때 가끔 떫은 감을 먹었을 때 같은 떫은맛이 혀에 느껴지기도 합니다. 떫음은 엄밀하게 맛은 아니니 떫은 느낌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감처럼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혀가 오롯하게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죠. 이 떫은맛은 보통 포도 씨와 껍질에서 나옵니다. 잎과 줄기에서도 나오지만 이를 다 골라내고 만드는 와인도 있으니 공통적으로 포도 씨와 껍질에서 나온다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와인을 만들 때 포도 껍질은 안 깐 채로 만듭니다. 또 잎과 줄기의 일부가 들어가기도 하죠. (이를 얼마나 철저하게 골라내서 포도알만 가지고 와인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고급 와인이 구분되기도 합니다. 맛도 물론 달라지고요.) 대부분의 과일 씨와 껍질에는 이 떫은맛을 내는 성분이 있습니다. 탄닌(Tannin)이라는 성분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 떫은 성분이 맛을 '깊게'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라는 겁니다.


<포도 씨와 껍질에는 탄닌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단감은 단 맛이 납니다. 떫은 감은 덜 익었을 때는 정말 입 안이 아리도록 떫은맛이 나지만, 홍시로 잘 숙성시키면 단감이 감히 상대하지 못할 '깊은 단 맛'이 납니다. 단감의 단 맛이 평평하다면 홍시의 단 맛은 단 맛의 버라이어티가 느껴지는 복잡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단 맛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맛의 깊이를 만드는 성분이 바로 떫은 '탄닌'입니다. 단감은 떫은 감보다 탄닌이 적기 때문에 홍시처럼 숙성이 되지 않고 상해버립니다. 이 '탄닌'이 오랜 시간 버티며 깊은 맛을 만들어 주는 키 인 거죠. 와인도 마찬가지로 포도 껍질의 탄닌이 와인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와인 맛을 '깊게' 만들어 줍니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와인을 5년 두었다 마셔라, 10년 두었다 마셔라 라고 말을 하는 겁니다. 작황이 좋아 포도 껍질이 단단하고 잘 익은 포도는 탄닌이 풍부하여 오랜 기간의 숙성을 버티고, 기간만큼 깊은 맛을 만들어 줍니다.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깊은 단 맛' 이죠. 바로 마시기 좋게 만든 방금 출하한 와인이 단 감이라면, 병 속에서 숙성을 거쳐 탄닌이 맛에 깊이를 충분히 주고 난 후의 와인은 홍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맛의 깊이와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잠재력(포텐셜)이 와인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홍시와 단감. 단 맛의 종류가 서로 다릅니다.>




I  신 맛

와인에서 신 맛이 난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와인의 신 맛은 와인 전체의 맛을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포도를 먹으면 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코롬 하죠? 그 신 맛이 와인에 녹아들어 신 맛을 내는 부분도 있고, 발효 과정에서 식초가 만들어지 듯 발효로 인한 신 맛이 나기도 합니다. 전자의 신 맛이 상큼한 계열의 신 맛이라면 후자는 적당한 수준에서는 풍미 있고 좋지만 자칫 과숙성되면 시큼한 신 맛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 신 맛이 왜 중요하냐면요, 음료든 술이든 달기만 하면 자칫 '느끼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이를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깔루아라는 술을 아세요? 깔루아 밀크라는 칵테일로 많이 만들어 마시는 진한 갈색의 눅진하고 매우 단 20-26도의 술이 있습니다. 


<오른쪽 깔루아와 왼쪽 깔루아 밀크 칵테일>


이 깔루아는 매우 달고 입에 닿는 느낌도 우유나 기름처럼 미끈하고 두께감이 있어서, 그냥 깔루아만 마시면 꽤 느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깔루아 밀크나 카페 깔루아 등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는 경우가 많죠. 와인도 마찬가지로, 단 맛과 과실 맛 등만 느껴진다면 자칫 단순하고 덜큰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여기에 신 맛이 한 모금 딱 들어가면서 느끼할 수 있는 단 맛의 뒤를 상큼하게 잡아내 맛의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그렇다고 와인을 마시면서 '아, 시다' 라고 느껴질 정도로 신 와인은 많지 않아요. 숨은 조력자같이 맛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신 맛이 좀 돋보이는 와인들이 궁금하시면, 이탈리아의 비싸지 않은 2~3만 원 대의 키안티(Chianti) 와인이나(Chianti 라고 쓰여 있어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출시되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를 포함한 프랑스 보졸레 와인을 드셔 보시면 '아, 신 맛이 이런 걸 말하는 구나' 라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탈리아 키안티 와인은 저렴한 것에서 신 맛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고, 고가의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등의 고급 와인이 되면 맛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신 맛이 돋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개인 차가 있기 때문에 신 것을 잘 드시는 분들은 잘 안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


<키안티(Chianti)와인은 이런 병에 담겨져 있기도 해요>


<요새는 편의점에서도 많이 파는 11월의 와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I  바닐라 맛

와인에 웬 바닐라?! 아니, 포도로 만드는데 왜 바닐라 맛이 나는 거죠? 너무 억지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죠.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그 비밀이 있습니다. 와인을 만들기 위해 먼저 수확한 포도를 잘 씻어서 압착기로 눌러 포도즙을 짜 내는데요, (저 방금 글 쓰다가 입 맛이 돌기도 하고 다시 한 번 맛을 느껴보려 와인 한 잔 따라서 책상으로 가져왔답니다. :D) 그다음 이 포도즙을 온도를 맞춰가며 발효를 시킨 후 발효된 포도즙을 '오크통(=바리크, Barrique)' 에 옮겨 담아 숙성을 시키게 되는데, 바닐라 맛은 이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나옵니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오크통 - 바리크(Barrique)>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오크 나무의 맛과 향이 은근하게 와인에 녹아들게 되는데, 이 오크 나무 자체에서 바닐라 같은 맛과 향이 나오거든요. 오크통은 크게 프랑스 산 오크나무와 미국산 오크나무로 만든 것이 있는데, 미국 오크나무로 만든 미국산 오크통에서 바닐라 맛과 향이 진하게 납니다. 그래서 바닐라 맛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저렴한 미국 레드와인에서 '아, 이게 바닐라 향과 맛이구나'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1만 원 대에서 추천드리자면 갤로 패밀리(Gallo Family)의 메를로(Merlot 멀롯이라고도 함, 포도 품종 이름)나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non, 포도 품종 이름)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다시 말씀드리지만 개인 차와 해마다 맛의 차이가 있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와인 브랜드 중 하나인 갤로 패밀리(Gallo Family)의 대중 와인 중 메를로와 카베르네쇼비뇽>




I  구수한 견과류 맛

바닐라 맛도 어지간히 멀리 갔다 생각했는데 이제 포도로 만든 와인에서 구수한 견과류 맛이 난다니... 하지만 이 맛과 향도 다 이유가 있답니다. 위의 바닐라와 비슷한 이치이지만 여기에 하나의 공정이 더 들어가 이 묘한 구수한 견과류 맛을 냅니다. 바로 '오크통 그을리기' 입니다. 와인을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키기 전 오크통 안 쪽을 불로 활활 그을리는 과정인데요, 이렇게 살짝 탄 오크 나무가 와인과 만나 오묘한 토스트 향과 맛을 만들어 냅니다. 


<오크통을 그을리는 과정>


그도 그럴 것이 살짝 탄 나무 면이 와인에 닿은 채로 오랜 시간 숙성이 되었으니 그 구수한 향이 와인에 배어들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그 스모키 한 향과 맛이 마치 아몬드나 캐슈너트 같은 견과류의 맛 같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 구운 맛은 와인 맛의 밸런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위에서 설명드린 떫은맛의 탄닌이 와인 맛의 깊이를 잡아준다면 이 구운 맛은 와인 맛의 부피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구수한 맛이 많으면 연기를 머금은 것처럼 입 안에서 와인의 풍미가 가득 해지거든요. 가끔 밸런스가 절묘하게 맞아 정말 견과류 같은 맛이 나는 와인도 있습니다. 저렴한 와인 중에 추천드리면 이탈리아 와인인 '까자마타(Casamatta)'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예전부터 끝 맛에서 캐슈너트 같은 견과류 맛이 탁 올라오길래 신기해했던 와인인데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8권에도 소개가 되어 반갑더군요.


<이탈리아 와인인 까자마타가 소개되었어요>


하지만 주의할 점. 까자마타가 저 디자인의 라벨이던 시절에 분명히 캐슈너트 견과류의 느낌을 느꼈었고 몇 번 다시 마시면서 재확인했었는데요, 이후 라벨이 바뀌고 다시 마셔봤을 때 예전만큼 그 느낌이 나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런 뉘앙스가 있고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이라 평가받는 와인이니 후회하실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격은 여기저기 다르지만 2만 원 대 선이고 세일하면 1만 원 대 후반까지도 가지만, 인기가 있어서 3만 원 대까지 가기도 하더라고요. 검색해보면 10~13달러 정도라 개인적으로 3만 원 대는 좀 비싸지 않나 싶어요. 요새는 더 올랐으려나...


<라벨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I  후추 맛

허허. 후추 맛이라... 저도 소개드리면서도 머쓱합니다. 바닐라와 견과류에 이어 이번엔 후추라니... 하지만 후추 맛이 나는 와인이 정말 있습니다. 이 후추 맛은 특정 포도 품종에 의해 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쉬라(Shyrah)' 혹은 '쉬라즈(Shyraz)' 라 불리는 포도 품종에서 특히 이 후추 맛이 강합니다. 전문가들은 백후추 맛인지 흑후추 맛인지도 구분한다지만 그런 건 차치하고, 통틀어서 후추, 더 넓게는 스파이스라고도 부르는 '맵싸한 향신료 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도 품종의 특징에 알코올의 칼칼한 느낌이 더해져 입 안과 혀가 따끔따끔하답니다. 


<실제로 와인에서 후추 맛 느낌이 난답니다>


이는 와인 맛에 재미와 복잡함을 더하고 음식과의 합을 좋게 만듭니다. 사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감이죠. 하지만 매운맛과 단 맛, 짠맛 등이 같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더 강렬하게 맛있다고 느껴지듯이 (그렇죠, 떡볶이요) 맛의 효과를 배가 시킵니다. 이 후추 맛이 느껴지는 와인들은 후추 간이 되어 있거나 혹은 안되어 있어도 구운 쇠고기 등과 맛이 잘 어울립니다. 등심을 구워서 이러한 와인이랑 같이 먹으면 약간 쌉쌀한 후추 맛이 고기의 풍미를 살려주고 고기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주거든요. 하지만 호불호를 많이 타서 실크 같은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후추 맛을 별로 선호하지 않기도 해요.


<후추 느낌이 나는 와인과 등심. 성공률이 높은 조합>


이 후추 맛은 말씀드린 대로, 쉬라라는 품종을 많이 사용한 와인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론(Rhone) 지역 와인에서 이러한 맛이 많이 느껴집니다. 론(Rhone)은 프랑스 남부 지역으로써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을 많이 생산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지역입니다. 호주도 이 쉬라 품종 포도로 유명하지만, 호주 쉬라 와인은 포도가 푹 익어서 나는 과숙된 덜큰한 맛이 강한 경우가 많아 후추 느낌을 덮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취향따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론 지역 와인 중 대중적인 와인은 저렇게 Cotes du Rhone 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은근히 생산자 별로 종류가 많아요>


이 맵싸한 맛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후추 맛이 돋보이는 저렴한 와인을 추천하자면... 조금 어려운 게 저렴한 와인은 주로 맛이 약간 묽은 느낌이 있어서 '아, 스파이시하다' 라고 느끼기엔 부족함이 좀 있긴 합니다. 그래도 론 와인 중 대중적 레벨인 꼬뜨 뒤 론(Cotes-du-Rhone) 이라고 쓰여있는 와인 중에 2~3만 원 대로 골라보시거나 아주 저렴한 것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와인 라벨에 닭 그림이 그려져 있는 '라 비에이유 페름(la vieille ferme)' 이라는 와인을 추천드릴 수 있겠네요. 1만 원 대에 사실 수 있고 세일하면 1만 원 미만으로도 내려갑니다. 가격 대비 맛이 좋은 와인으로 유명하고 물처럼 쉽게 넘겨지면서도 칼칼한 느낌이 있는 재미있는 와인입니다. 단, 이 후추 맛은 호불호가 아주 갈리는 맛이라 감안하시고 드셔 보세요~! :P


<닭 그림이 인상적인 La Vieille Ferme>




I  와인의 묘미는 이 맛들의 조화와 향연

와인 맛의 묘미는 바로 이 맛들의 조화와 향연에서 비롯됩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죠? 김치찌개를 먹을 때도 김치의 매운맛, 신 맛, 달큼한 배추의 맛, 짭짤한 맛, 고기나 두부의 고소한 맛 등이 잘 어우러져야 맛있다고 느끼듯이 와인도 위에서 말씀드린, 또 말씀드리지 못한 수많은 맛들이 서로 엮이며 만들어 내는 개성적인 맛을 즐기는 것이랍니다. 일부러 특정 맛을 도드라지게 의도한 와인도 있고, 모든 맛이 비슷하게 나도록 밸런스를 맞춘 와인도 있습니다. 떫은맛의 탄닌이 오랜 시간 와인을 숙성시켜 농염한 맛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출하 후 바로 마시기 좋게 모든 맛을 전면에 배치한 와인도 있습니다. 혹은 한 모금 물었을 때, 이 맛 다음 저 맛, 저 맛 다음 그다음 맛이 느껴지는 와인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맛의 강도와 깊이, 풍미, 시간 등의 조화가 와인의 개성을 만들고, 와인을 마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맛들의 조화와 방향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가장 중요한 - 그 감각을 느껴볼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저렴한 와인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 주세요! :D


매거진의 이전글 와인에서 느껴지는 생산자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