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계획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맑은 하늘이 잘도 보이는 날에는 누군가 날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자기 오후에 시간 있어? 생각지 않은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늘 바쁜 그이는 짬을 내서 내게 연락한 것 같다. 내막은 아직 모르지만 기대는 된다. 주변에 아들 결혼하는 집이 있는데 축의금을 전하려고 그러는지, 아니면 어디서 야채가 생게 그걸 주려고 그러는지 또 그것도 아니면 뭔가 고민이라도 생겼는지 아주 궁금한 상황이다.
점심 후 커피를 진하게 마신 터라 캐모마일 한 잔 시켜놓은지가 좀 돼서인지 적당한 차색깔이 이제 다 됐습니다 한다. 작은 종지에 티백을 건져두고
지인을 기다리는 이 시간은 참 쾌적하다. 집안일은 다 저리 가버리고 군데군데 사람들 이야기 나누는 소리나 탁자 아래로 발을 털어대는 어떤 사람, 오후라서 인지 긴 의자에 앉아 졸다가 손님이 오면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잠시 일어나 인사하는 주인아저씨와 캐모마일 나왔습니다~ 하고 목소리 높여 부르는 아르바이트생의 생글생글한 표정, 그리고 무슨 음악인지 맥락은 알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여 카페의 분위기를 만든다.
카페 쇼윈도에 잘 정리된 음료수병들, 브레드. 자몽, 치즈케이크 이런 것들을 보려니 집에 냉장고도 저렇게 해놔야 할 텐데 하면서 정리된 카페 분위기가
멋져 보인다,
금방 나타날 지인
나를 불러준 그이가 어떤 일로 나를 보자고 했든 난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카페문을 열고 들어올 그이를 상상하며 따끈한 캐모마일을 마신다. 자칫 무료할 수 있는 나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나들이는 좋다. 그러니 누군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