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등산 갔고, 애들 중 큰애는 여행 떠나고 둘째와 막내가 집에 있다. 막내가 짜파게티에 트러플오일을 뿌려 만들어준 점심을 먹고 났더니 불현듯 바깥바람 생각이 났다. 각자 한 주간 열심히 살다가 제 나름으로 휴일을 즐기고 있던 터에 우린 잠시라도 심심한 건 좋아하지 않는다. 애들에게 밖에 나가 커피 한 잔 하고 올 것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허락님을 하신다. 간단히 씻고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로 편하게 집을 나섰다. 평소 깔끔한 동네 카페에 들렀더니 쿠키가 맛있어 보이는지 막내가 얼쩡거린다. 쿠키 하나 사고, 난 따라, 둘째는 아캐, 막내는 아아, 각자 취향대로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을 때 막내는 집에서부터 보던 만화를 보느라 몰두해 있다. 너 만화는 집에서 보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우리 놀러 온 것 아니냐고 묻는다. 둘째와 나는 한참을 멀뚱대다가 차를 거의 다 마셨을 때부터 둘째는 챙겨 온 책을 꺼내보고, 난 브런치를 펼치게 되고.....
따라
요즘 애들은 차나 커피를 마시며 시종일관 이야기만 하지는 않나 보다. 여러 사람이 있는데도 이야기소리는 그다지 없고 제 일에 다들 열심이다. 카페문화도 젊은이와 우리 세대는 다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애들을 데리고 나와서 보고 알았다. 다소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젊은 손님들은 너무도 조용하고 카페에서 흐르는 음악소리만 신바람이 났다.
아직은 필요로 하는 에어컨 바람에 가끔씩 살랑이는 야자나무와 연초록으로 사람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뱅갈고무나무 그리고 호리병 같은 까만 화분에 늘어져 자라고 있는 콩란이 카페를 더 평온케 해 준다.
카페 지킴이 뱅갈고무나무
새로 알게 된 카페 분위기에 이다음에 친구들과 이 같은 상황에서는 목소리를 낮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 이렇게 앉아서 할일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난 애들 보고 각자 논다고 원망이나 했겠지. 다행이다.
할 일이 있다는 게.
그 사이 둘째는 아캐를 마시고 춥다면서 집으로 갔다. 체면 이런 거 말고 자연스럽게 자기 의사를 표하고 집으로 갈 수 있는 상황, 이런 것도 왠지 편케 여겨진다.
차와 커피 그리고 쉼.
가끔씩 흔들리는 잎사귀를 가진 야자, 그 자리서 늘 연녹색의 향기를 품어내는 뱅갈고무나무, 이런 것들이 휴일을 더 휴일답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