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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Nov 01. 2023

끝까지 가보자, 리얼리티 쇼.

2005-07-08

'빅 브라더', '서바이버'로 시작한 '리얼리티 쇼'는 현대 TV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장르라 볼 수 있습니다. 한번 장난 삼아 미국에서 방송되었거나 방송 중인 리얼리티 쇼의 숫자를 세워봤더니 거의 200개 정도가 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 숫자만큼이나 경쟁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2005년 독일의 RTL 채널에서 이 리얼리티 쇼의 극한 버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나왔습니다. 독일의 민영 상업방송인 RTL에서는 2005년 3월부터 BIG BROTHER의 여섯 번째 시즌을 방송했니다. 이 여섯 번째 시즌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리얼리티 쇼를 표방했습니다. 시청률이 나오는 한 영원히 프로그램을 마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26,000여 명의 지원자 중 선발된 16명의 경쟁자는 평생 자신의 삶이 카메라를 통해 방송하는데 동의하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에 자신을 평생 가두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마치 미국 영화 '트루먼 쇼'와 같은 리얼리티 쇼가 실제로 TV를 통해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트루먼 쇼'와 차이가 있다면 영화의 주인공 트루먼은 자신이 카메라를 통해 찍히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제작사인 네덜란드의 'Endemol'과 방송사 'RTL'은 Cologne 외곽지역의 54,000 평방 피트의 세트를 지었습니다. 100개의 카메라와 60여 개의 고성능 마이크를 설치했습니다. 자신의 일생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서약한 16명의 경쟁자가 이 마을에 살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사회에서 가졌던 경제 상태와 직업을 반영해, 이곳에서도 빈부의 격차와 직업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동차 수리공, 농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되었고,  끝나지 않을 수도 있는 리얼리티 쇼에 참가한 것입니다.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인간 삶의 모든 국면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 쇼는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줄 것이다."


프로듀서는 출연자가 이 프로그램 안에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를 바랐습니다. 경쟁자가 부여받은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는 개인의 성취도 여부에 따라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도 하류층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세상과 같이,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이들의 사회적, 경제적 욕구가 이 쇼의 경쟁자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중간에 마을을 떠나겠다고 결심한다면 아무 대가도 없이 빈손으로 나와야 합니다. 비평가들에게 'Eternal Brother'라고 불렀던 이 프로그램은, 실업률이 높은 오늘의 독일 경제 상태를 이용했다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앞으로 이 마을에서도 태어나고 자라날 수도 있는 어린이의 인권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목소리가 스스로 인생을 카메라 앞에 노출하기로 한 출연자의 선택 앞에서 무색해졌습니다. 세상에 주목받지 못하는 가난한 삶보다, 세상에 주목받는 가난한 삶을 택한 이들의 선택 앞에서, 현재까지 가장 큰 비판의 목소리는 동물보호협회에서 나온 '너무 가혹한 환경이 동물에게 주어졌다.'라는 것입니다.  방영 초기에는 큰 성공을 거둔 시즌 5의 후광을 입어서 인지 시청률이 세배이상 올라 이 '영원한 형제'란 리얼리티 쇼는 성공적인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10년 뒤 아니면 가까운 1년 뒤 시청률이 떨어졌을 때도 여전히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결론적으로 독일의 빅브라더 6은 겨우 1년을 채우고, 363일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시청률 앞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기로 한 쇼도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2023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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