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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Oct 03. 2023

살찐 여자

여성의 외모를 평가한다는 것  

예전 미국의 Showtime이란 채널에서 Fat Actress라는 코미디 드라마 있었습니다. 영화 [마이키 이야기]나 [Cheers]란 시트콤의 여주인공이었던 Kirstie Alley가 이 코미디의 주인공인데, 그녀는 과체중인 현재의 모습이 과거의 미모와 비교되며 자주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Kirstie는 이런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자신의 실명으로 등장한 리얼리티쇼 같은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뚱뚱해진 Kirstie가 예전처럼 다시 TV와 영화에 캐스팅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뚱뚱한 자신을 자학적인 코미디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이 시트콤의 기획 포인트입니다. 사정없이 자신을 망가뜨리는 그녀의 솔직함이 보는 사람을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데, 뚱뚱한 자신이 당한 사실적인 에피소드들도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뚱뚱하다고 보지 않고, '임신했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지 아주 자연스럽게 '11주 남았어요'하고 대답해 기자들이 오해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니 저 또한 비슷한 실수를 한 것 같아 낯이 뜨겁습니다. 예전 드라마에 나오는 특별한 액세서리를 만드려고 홍대 근처의 한 공방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주문을 하다 보니 거기서 일하는 여성이 기다란 원피스를 입은 것이 영락없는 임산부로 보였습니다. 나오면서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


     " 몸조리 잘하시고 아기 잘 낳으세요."


급히 발 길을 돌리던 저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보냈지만, 그 후 주문한 액세서리를 찾으러 그 공방에 다시 갔을 때,  갑자기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저기요, 저 임신한 거 아니에요."


멀쩡한 여성을 졸지에 임신부로 만들었으니,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녀는 절 용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니 전 여성에게 이런 무지한 실수를 한 적이 많습니다. 대학 때 소개받은 여성이 화려한 귀걸이를 하고 나오자 '이야, 그거 무겁지 않아요'라고 말해, 만남을 주선한 이에게 무지 면박을 받은 일도 있습니다.


이런 실수가 겪고, 또 나이를 먹어 철이 들고나니 깨달은 지혜가 있습니다. 다른 여성의 외모에 대해서는 아예 코멘트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칭찬을 하면 자칫 작업을 거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혹평을 하는 것은 다시는 용서받지 못하고 관계의 파탄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남성이 많이 하는 오해가 여성의 외모를 칭찬하면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여성이 저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가졌을 때나 그 칭찬이 먹히지, 제게 별다른 호감이 없을 때 외모 칭찬을 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감히 누가 누구를 평가해?!' 


반대로 저도 제 앞에서 여성이 제 외모를 평가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부정적인 말이서 이은 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외모 평가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 자신도 용모로 남들에게 칭찬받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기에 누군가 혹평을 한다면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절대 용서 못할 것입니다. 아마 잊지도 않을 것입니다.


미국 사회는 남들의 외모나 인종, 장애, 성적 취향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도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평가질하고 싶어 하는 숨은 욕망은 있을 것입니다. 이 시트콤은 그런 숨은 욕망에 착안해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즌1에서 종영이 되어, 그렇게 성공하지는 못한 코미디로 남았습니다. 자기 연민이나 자기 학대에 관한 소재로 이야기에 공감하는 시청자라면 그 이면에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은 이야기를 보고 싶을 것입니다. 제가 본 이 시트콤은 자기 학대와 조롱에 치중한 나머지, 어찌 보면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의 보편적인 감성을 놓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웃음에 치중한 나머지 공감을 놓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획을 한국에서 제작했다면 훨씬 성공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녀는 괴로워> 같은 영화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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