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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Dec 19. 2024

아버지의 빈자리

6. 유언공증

나는 예전 학생을 가르칠 때 유언장을 쓰는 숙제를 내고는 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그들에게 유언장을 쓰는 행위를 통해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의 유언장을 작성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말 수가 느려지시고, 기력이 약해지기 시작하셨다. 아버지의 유언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아버지의 의식이 분명할 때, 상속 재산을 정리해 집안의 분란을 막고 싶었다. 그래서 아픈 아버지를 귀찮게 하며 유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언을 남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유언 공증과 자필 유언이란 방식이다. 자필 유언은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유언자가 유증 내용을 자필로 적는 것이다.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에는 효력이 없기에 주의해야 한다.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장점이다.


유언 공증은 공증을 하는 변호사나 공증인을 만나서 법률이 정한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변호사나 공증인이 나서는 만큼 준비할 서류도 많다. 증인도 두 사람이 필요하다.  공증 비용은 법에서 정한 한도가 있기에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유언 공증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상속을 받을 수증자 사이에 미리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자필 유언은 유언자 마음대로 남길 수 있지만, 유언 공증은 상속받을 수증자의 서류도 첨부해야 한다. 따라서 사전에 유언자의 의사를 밝히고 수증자에게 통보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참  일반 변호사나 법무사라고 다 유언공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사무를 대리할 '공증인'자격을 갖춘 변호사만 유언공증을 할 수 있다.  


자필 유언은 고인의 사후, 검인과정이라고 하여 자필 유언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유족이 한 달 넘게 법원을 드나들어야 한다고 한다. 유언 공증은 그 자체로 국가가 공신력을 인정한 서류를 만드는 과정이다. 사후에 이 유언 공증으로 곧바로 상속 등기를 할 수 있다. 상속인 각자가 나서는 게 아니라, 유족의 대표 한 사람이 유언집행자가 되어 서류를 제출하면 모든 등기가 한 번에 끝이 난다. 비용이 들어간 만큼, 사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유언 공증의 최대의 장점은 유언자가 살아 계실 때 유지를 확인하고, 가족 간에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우리 집은 친가에서도 외가에서도 유산 관련한 갈등이 있었다.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기에 갈등이 심했던 것이 아니다. 별로 수고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상속 아닌가? 수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상속 분배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다투는 것이 유일한 예가 많다. 큰 액수가 아님에도 나누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고, 형제간의 우애가 상하는 예를 보았다. 그것을 피하려면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리 어렵지 않게 의견 조정이 되었고, 날짜를 잡아서 변호사 사무실에 모이기로 했다. 


준비할 서류가 많았다. 유언자인 아버지의 신원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했다. 또 유언 집행자가 한 사람이 필요한데, 보통 상속인 가운데 장자가 이 역할을 맡는다. 유언집행자와 상속인의 신원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하다. 또 증인 2명이 필요하다. 증인은 상속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당연히 가족이나 친척은 안되고, 가까운 친구면 증인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증인 구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교류가 있어서 어머니, 아버지를 본 적이 있는 친구였음 했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연락이 닿고 정기적으로 만나온 친구여야 부탁하기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를 두 사람 섭외했다. 그들의 서류도 필요했다. 후견인 부존재 증명서라고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였다. 가까운 친구이지만 수고를 많이 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다. 여기에 유증으로 남길 부동산, 주식, 예적금 내역에 관한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드디어 유언 공증의 날이 밝았다. 사실 유언 공증에 배우자나 가족 등 상속인이 참석할 필요는 없었다. 유언자와 증인 두 명이 변호사나 공증인과 만나면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시니 형제들이 동행했다.


변호사는 아버지와 마주 않았다. 유언의 내용을 읽고 아버지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지 아버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기력이 쇠하셔서 말씀을 못하시는 아버지는 변호사의 눈을 보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본인이 자필로 여러 군데 서명을 하셨다. 이로써 유언 공증이 끝나고, 아버지의 공식 활동이 끝났다. 서명을 마치신 아버지는 이제 할 일을 다 마치신 것을 느끼셨는지, 그날 이후 급속히 쇠약해지기 시작하셨다. 


참고 삼아 유언 공증에 필요한 서류를 남긴다.


<유언공증 필요사항>

1. 유언자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또는 제적등본)


2. 유언 집행자

*유언자 사후에, 유언공증서류를 갖고 절차를 진행하시는 분

대개 수증자 중 한 분으로 지정

주민등록등본, 기본증명서, 후견인부존재증명서


*후견인부존재증명서: 인터넷(https://egdrs.scourt.go.kr/index.jsp) 또는 가정법원에서 발급

*기본증명서: 주민센터에서 발급


3. 수증자

주민등록등본, 기본증명서


4. 증인 2분

기본증명서, 후견인부존재증명서


5. 유증 물건 관련서류

- 아파트 등기부등본, 공시지가확인원

-토지/주택

등기부등본, 토지대장/건축물대장

-주식

주주명부(법인인감 날인), 등기부등본 

-예적금

통장 앞면(계좌번호 크게 있는 부분) 사본, 잔액잔고증명서(해당 은행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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