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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선생 Mar 15. 2017

플라톤이 말한 독서의 의미

저자의 '철학적 마음'을 이어 받는 일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몇 년 전 '우수수업'에 관한 석사 논문을 쓴다고 서울의 '우수수업교사' 3명의 수업을 연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각 교사마다 가지고 있는 교육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수업 목표를 기대한 적은 없었지만 참여자들의 수업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배움의 공통 지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그들이 교실에서 시도하고 있는 교과목도 교수방법도 각각 달랐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수업의 지점은 같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평생 학습’의 시대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었습니다. 플라톤은 이러한 마음을 “철학적 마음”이라 불렀다고 합니다(Nettleship, 1925/김안중 외譯, 2010)


철학적 마음이란?


플라톤이 말한 철학적 마음의 개념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일들 속에서 원리나 법칙을 찾아내려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삶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철학적 마음이란 무지를 자각한 상태(무엇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상태)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는 학습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 마음은 진정한 배움을 위해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고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 진리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인간이 철학적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반성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이는 끊임없이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철학적 마음은 학습자가 지녀야 하는 '인식 주체'이며 동시에 배워야 할 '인식 대상'으로서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교육적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서의 의미 _ 저자의 철학적 마음을 배우는 것


그렇다면 책을 읽고 교과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책에는 저자를 통해 감각 경험이 야기하는 모순과 혼란스러운 상태를 하나의 원리 또는 법칙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 즉 철학적 마음이 숨어있습니다. 책을 통한 지식의 획득은 저자로부터 마음속에 작동하는 철학적 마음을 전달받는 것입니다. 철학적 마음을 전달받는 것이란 인식 주체의 불완전한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완전한 진리로 받아들이고자 검토하려는 마음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언어의 형식으로 구성된 지식에는 저자의 진리를 향한 탐구 의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구성한 지식에는 그들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한 경험(직접 경험이든 그들이 책 등의 매체들을 통해 얻은 간접 경험이든)을 완전한 지식으로 검토하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저자의 지식을 단순히 전달받는 것은 수동적인 지식의 획득에 머물지만 그들의 철학적 마음을 전달받는 것은 지식의 단순 전달의 의미를 넘어서 학습자의 지식을 향한 마음의 변화와 성장을 도모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독서라는 교육 활동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한 올바른 독서 방법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철학적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는 독서 방법


사실 지식 자체는 시간이 흐르면 쓸모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면 우리가 오래 전에 쓰여진 고전을 읽을 이유가 없겠죠.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바로 지식 자체보다는 지식을 탐구한 저자의 철학적 마음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전의 가치는 책 안의 지식이 아닌 시대를 뛰어넘는 저자의 철학적 마음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독서를 통해 저자의 철학적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독서를 하면서 지식 자체보다 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저자가 피고 있는 논리적 전개 과정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경 오염의 심각성' 자체보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전달하기 위해 저자가 끌어온 근거와 유기적 관계'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단락마다 다루고자 하는 문제(주제)와 이에 대한 저자의 의견(요지)을 정리하여 한눈에 볼 수 있는 '내가 만든 목차'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목차는 책에 있는 목차보다 더 상세하고 내가 이해한 과정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지식을 나만의 지식으로 재구성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단락별 주제와 요지 정리하는 법 https://brunch.co.kr/@hshello/15


위에서 알려드린 방법으로 독서를 하신다면 여러분은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변화시킬 저자의 철학적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식은 곧 잊혀질 기억의 대상이라면 저자의 철학적 마음은 나도 모르게 내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어느새 삶을 윤택하게 꾸며줄 자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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