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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숙 Apr 02. 2019

조글로,
자바의 아름다운 지붕 (1)

글, 사진: 채인숙 (시인)




▲ 조글로 전경 [출처: 구글이미지]




  여행을 하다 보면, 이름 난 관광 명소와 역사적 기념물보다 진짜 그 지방에 살고 있는 현지 사람들의 삶이 더 궁금할 때가 많다. 인도네시아 땅에서 근 20년을 살았지만, 사실 현지인들과 속마음을 나눌 만큼 깊은 유대감을 갖거나 일상을 공유할 만큼 가까운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서 관광지로 지정된 왕궁이나 거대한 박물관의 전통 가옥들보다는, 일상 생활 속에서 전통을 지켜 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우연히 자바의 전통 주택에 깃들여진 ‘상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고, 한번쯤 그 상징 체계들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족자에 있는 전통가옥 조글로 [사진: 채인숙]




어쨌든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중부 자바 쪽의 전통 주택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보통 자바의 집들은 티크Teak (인도네시아에선 ‘자바 띠크’라고 부르며, 줄여 ‘자띠’Jati라고 한다)로 만든 오래된 나무 대문과 낮은 담벼락 뒤로 숨어 있다. 캄보자 나무나 부겐빌레아 꽃 무더기가 담장에 걸쳐 입구의 운치를 더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바깥 마당을 먼저 만난다. 그리고 마당을 가로질러 가면 마치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넓고 큰 팔로 환영하는 듯 뻔도뽀Pendopo가 전면에 자리잡고 있다. 


            

▲ 뻔도뽀. 정원과 본관 사이에 위치하며 응접실 또는 거실 또는 공연장 기능.   [출처: 구글이미지][





뻔도뽀는 대부분 조글로Joglo 형태의 지붕을 하고 있는데 몇 개의 나무 기둥을 제외하곤 사방이 탁 트인 일종의 사교 공간이다. 조글로는 자바의 전통 가옥들에 흔히 보이는 지붕 형태로, 위쪽은 급경사를 이루는 투구나 왕관 모양을 하고 아래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사선으로 내려온다. 두 가지 형태의 지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요즘은 이 조글로 지붕 형태를 빌려와 세련되면서도 자바의 품위를 보여주는 현대적인 건물을 짓기도 한다. 자카르타에 있는 한인성당의 지붕도 이 조글로 형태를 빌려와 지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생활하는 주거 공간이 있는 안쪽 건물에는 경사가 높고 가파르게 내려오는 리마산Limasan이라고 불리는 지붕 형태를 얹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주택들은 리마산 형태의 지붕을 가지고 있는데, 건기에는 뜨거운 햇볕을 최대한 차단하고 우기에는 빗물이 빨리 흘러내리도록 돕는 기능적인 형태이다.  


            

▲ 조글로 조감도 [출처: 구글이미지]




▲ 자카르타 남부 끄망 지역에 있는 'Museum kebun tengah' 의 전경. 여러 채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사진: 채인숙]




자바의 집은 여러 채의 독립된 건물이 각각 다른 용도로 쓰이도록 나뉘어져 있다. 우리 나라의 옛 가옥들이 사랑채와 안채로 구분되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특히 귀족들이 살았던 집에는 5-6채의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사교의 장소와 개인 생활 공간이 잘 구분되어 있다. 또 집안에서 문화 예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작은 공연장을 갖춘 집도 많다. 이런 각각의 건물들은 조글로와 리마산 형태의 지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집 전체가 다양한 변화와 아름다움으로 연결되도록 만든다. (2편에서 자바 주택의 상징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족자에 있는 가정집 조글로 내부 [사진: 채인숙]




▲ 자카르타 남부 끄망 지역에 있는 'Museum kebun tengah' 내부에 있는 문 [사진: 채인숙]





▲ 족자에 있는 조글로 주택의 작은 정자 [사진: 채인숙]



* 자료 참고: Jogja Heritage society.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연재되었습니다.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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