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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다잉 플래너 Jul 15. 2022

지워져가는 남편, 지우지 못한 딸

응 괜찮아, 어차피 다 죽으니까 #5


수업을 마치고 

그 분은 나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며

잠시만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그리고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남편이 치매 초기증상이라며

조금씩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남자다웠던 남편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을 보며 아이처럼 엉엉 운다고 했다.

아내가 불쌍하다고 

자기가 떠나가면 어떡하냐고

조금씩 지워지는 기억과

조금씩 잃어가는 자신 앞에서도

홀로 남을 아내가 걱정되어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했다.     


혹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녀분이 계신가 여쭤봤더니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뒤

홀로 아들을 키운 딸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스무해가 지난 지금도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우울증을 겪고 힘들게 살아간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조차 버겁다고 했다.   

  

남편은 홀로 남겨질 아내를 걱정했고

아내는 점점 지워져만 가는 남편을 걱정했고

홀로 남겨진 딸은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했다.

떠나갈 남편과 떠나보내지 못한 딸

그 사이에 어쩔 줄 몰라 눈물짓는 

한 아내와 

한 엄마와 

한 여인이 서있었다.      


그저 말없이 

손만을 꼭 잡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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