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괜찮아, 어차피 다 죽으니까 #6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갈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출발지는 태어난 날
목적지는 눈을 감는 날
출발지와 목적지는 분명한데
남들보다 좋은 차로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지는 않다.
돌고 돌고 돌아
남들이 가지 않는 길도 가보고
오르막길도 올라가보고
경치 좋은 곳에 들러
잠시 구경도 하고
힘들 땐 너른 나무 밑에서 쉬어도 보고
마음껏 웃고 울고 사랑하며
좋은 사람들
좋은 추억들
좋은 장면들
가득 담고서
최단 시간
최단 거리가 아닌
천천히 천천히
기쁘게 도착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