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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ree Dec 31. 2016

송년

내게 남은 29번의 김장 



외국에 살아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는 송년이 그저 송년일 뿐  나이와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일이 지나야 또 한살이 먹기 때문에 송년은 기뻐하며 환호하며 파티하며 지낼 수 있다. 이번 송년은 한국에서 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송년을 맞이 하기 전에 서둘러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송년은 한 살 더 젊은  나를 보내는 슬픔이요, 한 살 더 먹은 내가 그에 합당한 나잇값도 치러야 하는 재미없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난 아마 앞으로 남은 나의 송년을 외국에서 보내지 않을 까싶다. 


피천득 선생의 송년에 새색시가 시집와 30번 김장을 하면 늙어 버린다 하여 마음이 섬뜩하였다.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김장철에 맞추어 한국에 가서 어리숙한 나의 도움 따위는 마다하는 할머니를 살살 부추겨 이내 김장을 하고 만 것이다. 앞으로 29번 남은 김장은 좀 더 신중히 해야겠다.  이제는 좀 더 덜 추운 가을에나 한국에 가야겠다. 내게 남은 김장을 미룰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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