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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시각 Jul 25. 2024

38살 육아일기, 주변을 보기 시작했어.

2024년 4월 13일 (토)

4월 13일 토요일 집에 가는 길,

신호를 기다리는데 아주머니가 열쇠를 떨어뜨렸다.

그 아주머니는 열쇠가 떨어진 줄 모르시는지 그냥 횡당보도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열쇠를 주어 아주머니에게 드렸다.


아주머니는 엄청나게 감사하며

나에게 연신 목과 어깨를 움직여 인사를 하셨다.

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주머니의 감사함을 더 잘 받을걸'라고 생각했다.


저 상황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엄청 사소한 일 이겠지만,

길을 갈 때 길을 가고,

버스를 탈 때 버스만 타는 이런 나에게

떨어진 물건을 주어 주인을 찾아 준다는 것.

이건 나에게 아주 큰 변화다.


3월 초 출근길,

플랫폼에 지하철이 정차되어 있어

그것을 타기 위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거의 도착했을 때 내 맞은편에서 오던 남자가

내가 지나갈 수 있게 내 앞에서 멈춰 줬지만,

그 남자 뒤에 있던 다른 남자가 나를 막아

지하철은 타지 못했다.


놓친 지하철을 보면서 화가 났지만,

안전문 유리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고

불현듯 생각이 났다.


‘나는 누군가가 뛰어갈 때

그 남자처럼 양보했던 적이 있었나.?’


아주 오래전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나에게는 몇 번이나 찾아왔고


그때마다 내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아, 나 정말 운이 좋았던 사람이구나.

타인에게 받은 배려와 도움을

나는 돌려주지 않았구나. 어떻게 돌려주지?’라고

나에게 질문했다.


답은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로 정리 되었다.

며칠이나 찾아보았지만 원하는 활동은 없었다.


우연히 읽은 책에서 (예술 관련이었던 거 같다….;)

‘양보하는 삶’이라는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고 봉사 활동이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날부터 뇌 한쪽에 (양보, 배려) 단어들을

넣고 다녔고, 그 상황에서 그냥 열쇠를 주었던 것 같다.


작년부터 ‘어린 이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 지금,


글자로 있던 단어들이 나의 생활에 스며들어

느껴지고 마음과 생각이 변화되는 지금,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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