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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시각 Aug 04. 2024

38살 육아일기, 예민이 상황이 '나는' 아니지.

2024년 7월 30일 (화) 날씨 : 10월의 베트남

'나'와 문제는 다른 존재다.

생각중독_80-81페이지 를 읽고,




지나왔네요,


나의 사유의 세계를 넓혀주는 작가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오가다가, 회사 조직개편을 이야기를 했다. 작가님은 저 한 문장을 이야기해 줬다. 문장이 노력한 것들 모두 전부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문장을 5글자로 정리해 주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 말이 다시 실감했던 밤.

생각도 관념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낀 저녁이었다.

작가님과 함께




작가님에게 해준 이야기,


조직개편 주인공은 우리 팀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팀장님 때문에 조직개편이 된 거였다. 팀장님은 공유, 소통 능력이 부족했고, 눈치를 엄청 보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타 팀과 사이도 좋지 않았다.


팀원 A님은 이 상황에 대해서 '저는 기분이 너무 나빠요. 왜 우리 팀이 다른 팀에 무시를 당해야 해요? 팀장님은 왜 우리를 케어해 주지 않아요?' 덧붙여 특정 인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다, 조직개편 당하는 팀원들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조직개편의 중심에 있는 팀원이었지만 A군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A님, 상황과 본인을 분리하세요. 회사는 회사고 A님은 A님이에요. 그러면 A님만 피곤해요. 물론 A님이 그러시는 거 충분히 이해해요. 왜냐면 우리 팀원들 다 좋아하니까 다른 팀에서 우리 팀을 깔보는 느낌을 받으신 거라 충분히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A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주어진 일 빵 꾸나지 않게 잘하는 것뿐이에요. 아무도 A님에게 뭐라 하지 않아요. 각자 자리에서 각자 할 일만 잘하면 돼요. 그게 우리 팀이 잘하는 팀으로 되는 거예요.  지금 이 사달이 난 건 팀장님 때문이지 우리 팀 전체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상황이랑 A님을 분리하세요."


이런 내용을 작가님에게 말해줬다. 덧붙여 '나는 상황을 분리하려고 노력했었었고 저 상황에서 저렇게 말했어.'라고 말하니 작가님이 '지나왔네요.' 노력해서 결과가 나왔다는 의미를 5글자로 압축해 주었다.

'그렇네요.'라고 말하고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 보니, 상황과 나를 분리하기 위해 노력들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구나. 느끼는 순간. 감사했어.





2021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21년도에 다녔던 회사 S팀장은 앞뒤 꽉 막히고, 자기 말이 맞고, 강약약강, 우기기 대마왕, 소심 끝 판왕, 주장은 강하지만 근거가 없던 사람이었다. 그 팀장이 속해 있던 팀이 A회사에서 B회사로 인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퇴사했다. 그 덕분에 (?) 내가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B회사는 IT 개발 회사여서 커머스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S팀장에게 위임했다. 매출을 오르지 않았고, 재고는 쌓여 가는 상황에서 그는 매출을 하기 위해서 신제품을 출시를 발표했다. 이때가 인수 후 3~4개월. 이때부터 대표가 개입했다. 개입되고 난 후 어느 날 팀장은 점심시간 이후 복귀 하지 않았고, 그날 저녁 나에게 카톡이 왔다. 


오늘 부로 퇴사 했다.
(뒷말 생략)

엄청나게 화가 났었다. 그래도 팀장이라는 사람이 팀원 한데 카톡으로 자기 퇴사를 이야기해도 되는 거였나? 책임감 없는 행동에 욕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알겠다'라는 말로 연락을 정리했다.

 

다음날 당연히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심지어 S팀장은 연락을 팀원 전부에게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IT 쪽 사업부 사람들이 커머스 사업부 일에 관여하게 되었고 본인들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 이해를 하지 않고 일을 진척시켰다. 커머스 사업부 아이들과 매일 모여서 회사 험담 하기 일쑤였다. IT 사업부와 커머스 사업부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멀어져 갔다. 결국 커머스 사람들 나를 포함해서 퇴사했다. 


지금 와서 그때를 생각하면 대표도 성과가 없으니 당연히 S팀장을 추궁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깊은 사정이야 어쨌든 회사는 영리 단체니까. 아이들이 대거 퇴사했다. 나에게 회사에서는 남아 달라고 제안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같이 화내며 퇴사했던 거 같다.






2022 - 2023 

3년 전만에 도 상황과 나를 분리하지도 못했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지금 회사에 입사 후 '나 탐구' 생활을 하는 도중에도 상황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힘들게 했던 상황들이 많았다. 하지만 S팀장과 일할 때랑 달라진 건, '그런 상황에서 내가 부정적이게 반응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일기를 쓰고, 심리학 책을 읽고, 좋을 글을 읽고, 방에 벽에 포스트잇으로 마음 다스리기를 했다. 쉽지는 않았다.


감정이 먼저 나왔고, 항상 자책했다. 






2024년 7월

미라클모닝 모임 4회 차 주제가 불안이었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중 '생각중독' 80-80페이지 스트레스 관리 부분이 2년 전부터 내가 읽었던 책과 좋은 글을들 한 번에 정리해주었다. 



사람들은 불안과 자기를 일치시킨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야.'

예민과 자기를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예민과 상황과 나를 일치시켰다는 걸. 

해결 방법으로 '지금 이 상황이 나를 예민하게 만드네, 나는 그걸 느끼고 있네? 왜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한 거지?'라고 상황과 나를 분리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유레카 같은 느낌이었다. 이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내가 전에 했던 모든 좋은 글과 책들이 다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머릿속에 넣어 놓았던 거 같다. '상황은 상황이다. 내가 아니다.' 하면서 슬랙에 타 부서가 좀 거슬리는 말을 해도 '저 말은 내가 아니다. 단어이고 정보다.' 동일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계속 의식해서 그런지 저 타이밍에 내가 A군에게 말했던 거 같다.



A님, 상황과 본인을 분리하세요. 
회사는 회사고 A님은 A님이에요.





고쳐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계속 의식하고 머릿속으로 '상황은 상황이다. 내가 아니다.' 문장을 되새기면서 자동적으로 몸으로 나올 때까지 노력해야겠다. 


오늘 내가 뿌린 씨가 싹이 텄으니 물도 주고 영양제도 줘서 튼튼하게 자라 어떠한 영향을 받아도 끄떡없이 지낼 수 있는 '상황분리' 잘 키워야지.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것처럼.


노력하고 실행한 나에게 오늘도 감사했어.



2024년 7월 30일 (화) 날씨 : 10월의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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