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쓰기, raw data of me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장동선 박사는 갑각류 이야기를 한다. “갑각류는 안은 말랑말랑 한데 겉이 단단해요. 근데 그럼 어떻게 성장을 할까요? 갑각류는 크기 위해 허물을 벗어요. 탈피의 순간, 갑각류는 누구에게든 잡아먹히고 상처 받을 수 있어요. 재밌는 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때는 오직 내가 가장 약해지는 그 순간인 거예요. 저는 인간의 몸은 척추동물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게나 가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죽을 것 같고, 잡혀먹을 것 같고,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것 같은 그 순간에 우리는 크고 있는 거잖아요.”
근래 나의 성장담이라면 껍질 없는 채로 버틴 시간들인지도 모른다. 생채기가 나고, 딱지가 앉고, 그걸 다시 긁는 일을 반복하는 작은 슬픔과 다르게 온 몸의 껍질을 벗어야만 했던 순간. 그걸 성장이라고 말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불가항력의 시간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 된다.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보호도 없이 아픔에서 뒹굴던 마음을 정확한 비유로 더 크고 나은 껍질을 갖기 위한 시간이라고 말해준 그 덕에 나는 살았다. 그의 똑똑한 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저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고통으로 나는 조금 더 망가졌고, 조금 더 실패한 사람이 되었다고. 더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았다고 치부 했을지도 모른다.
상처에 이야기를 부여한 그의 말 덕에 나는 이제 아픔이 향하는 곳을 안다. 이 성장통이 새로운 이야기 중 하나라는 것을 배운다. 아마 시간이 지나 새로운 슬픔 앞에 오래된 껍질을 벗어야 할 때, 나는 또 다시 두려워할 테지만 그의 말을 기록하고 그때 꺼내볼 수만 있다면 나는 그 연약함을 실패나 끝으로 여기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