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깊이가 있을까? 라고
누군가 물었다. 어려웠다.
내 사랑의 깊이도 가늠하지 못하는데, 마치 온 세상 사랑의, 또 그 깊이라는 것의 평균값을 묻는 듯 했기에.
나는 이렇게 다시 묻고싶다.
사랑의 깊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이별의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 정말 그를 깊게 사랑했구나.
그런데 정작, 우리가 이별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별에서 기인하는 배신감, 지난 추억에 대한 집착, 새로운 사랑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의 깊이를 정의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사랑이면 충분히 깊다고 우리는 확신할 수 있을까. 너와 나의 관계 속 깊이를 어떤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다 주었던 그 혹은 그녀에게,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이던 그 시절의 우리에게, 손 잡고 걷는 거리마다 눈부셨던 그 때의 우리에게,
우리는 충분히 우리의 사랑이 깊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런데 한가지 사실은
사랑의 깊이에 상관없이
그 모든 것은 다 사랑이었다는거다.
낯선 여행지, 버스에서 노곤하게 졸다가 기댄 어떤 남자의 어깨, 감정에 서툴러 쉽게 금이 가버린 내 첫사랑, 긴 시간 나와 함께한 내 모든 젊은 날인 한 사람,
여리고 작은 설레임부터
큰 상처도 안겨다 준 끝,이라는 아픔까지.
그 사랑이라는 커다란 우주.
생각해보면
그 모든게 다 사랑이었다.
사랑에도 깊이는 있다. 있을거다.
하지만 우리는 깊이를 가늠하지않고
그렇게 풍덩, 대책없이 빠져든다.
그렇게 사랑을 한다.
용기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