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질문이 좋은 질문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수업이나 강연 등을 한 후에 질문 답변 시간이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 최근에는 따로 10-15분 정도의 시간을 따로 Q&A 시간으로 떼어서 청중 및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에 비해 공개적인 질문 답변 시간에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는 등의 얘기들을 이제 많이 듣기도 했고, 또 2010년도 G20 정상회의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특별히 질문 기회를 주겠다 했을 때 한국 기자들이 한 명도 질문하지 않았던 것을 보고 다들 부끄러워하기도 했죠.
그래서 이제는 그런 질문 답변 시간이 왔을 때 '뭐라도 질문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묘한 부담감이 들기도 하고, 교수님들이나 강연자도 질문 답변 시간에 질문하는 사람이 없으면 질문을 독려하기 위해서 "어떤 질문이든 괜찮으니 질문하시라" 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 질문이나 해도 괜찮다는 말은
질문을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질문들은 들으면서도 '오 나도 궁금했던 질문이야' 싶은 시의적절한 질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꼭 어딜 가나 듣고 있자면 너무 답답하고, 민망하고, 심지어 일면식도 없지만 질문자에게 화가 나게 만드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이 글은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야 쓰게 되네요.
제발 이 한 가지만 지켜 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을 하라고 지목했는데 새로운 강연을 시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질문자의 유형은 보통 보면,
1) 은연중에 자신의 지식을 뽐내려고 하거나
2) 강연자가 자신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까 봐 세부 설명이 길어지는
두 부류로 볼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은 분의 질문은 보통 강연 내용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보통 맨 뒤에 위치하게 됩니다.
왜냐면 앞에 우선 자신의 주장을 하기 위한 내용이 엄청나게 길게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 자신이 읽은 책을 인용하며, "이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이 주가 되며 이런 경우에 보통 다른 청중들은 속으로 '아니 질문이 왜 이렇게 긴 거야' 라며 짜증이 나게 되지요.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좋습니다. 실제로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 마음속에 있는 의문을 강연자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공개 질문 답변 시간은 모든 사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세 문장 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이라면 강연과 Q&A 시간이 끝난 후에 따로 강연자를 찾아가서 물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 유형인 강연자를 너무 배려하는 유형입니다.
이런 분들의 질문은 서두에 나옵니다. 좋아요.
다만 거기서 끝나면 되는데 그 뒤에 "예를 들면"으로 사족을 엄청 붙이면서 기나긴 설명을 하게 되죠. 이런 부류를 볼 때 다른 청중들은 짜증이 나진 않지만 좀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그냥 앞의 질문만 하시면 됩니다. 만약 강연자가 답변을 하기에 정보가 부족하면 추가 질문을 하실 겁니다. 그럼 그때 세부 설명을 해주시면 됩니다.
이렇게만 하신다면 질문을 하고도 나중에 욕을 듣는 일은 없으실 겁니다.
꼭 질문하기 전에 질문을 세 문장 안으로 정리하고 질문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정도 안에서는 어떤 질문이든 좋은 질문이라고 봐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