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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갸비 Jan 27. 2023

“위대할 필요는 없어, 한 번의 스크로크면 돼”

『더 스위머스』 시리아 내전에서 생존한 수영 소녀

“위대할 필요는 없어, 한 번의 스크로크면 돼”

『더 스위머스』를 넷플릭스에서 보고

더 스위머스는 시리아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 아버지 밑에서 큰 두 자매 이야기다. 아버지는 이들을 시리아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지만, 전쟁의 포화가 가로막는다. 딸들은 독일로 탈출하기를 원하지만 아버지는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꾸준하게 훈련해야 하고, 고국에 있어야 올림픽 출전을 위한 시합에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탄이 아버지의 마음을 바꾼다. 하루는 수영 시합 중 포탄이 수영장에 떨어지고, 유스라 마르디니가 부상을 입을 뻔한다. 동생 유스라 마르디니와 언니 사라 마르디니는 사촌 나사르와 함께 독일로 향한다. 유스라는 수영 실력이 뛰어난 편이고, 사라는 마지못해 수영을 하는 정도다. 나사르는 남자 사촌인데 아버지가 딸 둘만 유럽으로 보내기에는 걱정된다고 하니, 사라가 끌어들인 인물이다. 이들 앞에는 무수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터키를 건널 때까지 괜찮았다. 그러나 유럽의 관문인 그리스로 가는 길에서 이들은 생사를 넘나들게 된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최단거리는 뱃길이다. 문제는 위험하다는 점이다. 고무보트 정원은 기껏해야 열 명 남짓인데 서른 명이 탄 것이다. 설상가상 그리스로 향하던 보트의 모터는 중간에 꺼지고 만다. 파도를 타고 바닷물은 보트 속으로 들어와 차곡차곡 쌓여가고, 승객 무개에 고무보트는 자꾸만 바닷속으로 빠져들고, 망망대해 속에서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 이른다.

이때, 마르디니 자매는 바다로 몸을 던진다. 고무보트의 탑승객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천신만고 끝에 이들은 그리스 해변가에 도착하고 몇 번의 고비를 넘긴 끝에 독일에 도착한다. 독일 난민 캠프에서도 유스라 마르디니는 수영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인근 수영 클럽으로 가 훈련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난민 팀 소속으로 2016 리우 올림픽에 나갈 기회를 얻는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여자 접영 100m 예선에서 45명 중 41위를 했다.

시리아 수영 국가대표를 꿈꾸던 소녀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성적이다. 그렇지만 이 결과를 보고 유스라에게 손가락짓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전으로 허물어진 고국 시리아를 뒤로하고 독일로 향하는 길 마디, 마디에서 유스라가 보여준 희생과 난민으로 사회적 기반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간 의지는 금메달을 딴 사람보다 더 진한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주기 때문이다. 위대하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우리는 흔히 무수한 경쟁을 뚫고 최고 자리에 선 이에게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야스라를 보면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곳은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누구나 절망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희망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일, 한 번의 스트로크를 뻗는 일, 정말 위대한 건 바로 이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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