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함이 위대함으로
“온라인 연재 코너 *** 말이야. 그거 대체 왜 하는 거냐? 구독자가 많나? 아님 다른 의미가 있나?”
“아, 예전부터 해오던 건데, 처음에는 지면에 고정으로 실리다가 요즘은 주로 온라인으로만 써요. 품은 많이 들고 댓글은 안 달려요”
새로 온 팀장과 통화를 하다가 저 말을 끝으로 한 마디를 더 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말았다. 목구멍에서 맴돌던 말은 “이참에 없애버리죠”였는데 ‘일하기 싫다’로 들릴까 봐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팀장은 속사포처럼 또 다른 질문을 쏟아냈다.
“매일 쓰는 *** 코너 그건 왜 쓰는 거냐?”
“온라인 강화 차원에서 만들었던 코너로 알아요”
“아, 그렇지. 구독이 많았지? 하긴, 매일 쓰면 내용이 허접해도 구독자가 늘더라”
맘 같아선 이 코너도 없애자고 하고 싶었지만 ‘구독이 많다’는 말에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콘텐츠의 홍수에 파묻히는 이 세상에서 고정 독자를 그것도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코너를 폐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대화가 오간 건 아마 엊그제 목요일이었다. 한 이틀 지났는데도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왜인지 곰곰 생각해 보니 불현듯 떠올랐다. 지난 한 달 동안 방치해 둔 브런치 때문이었다. 구독자 10명(지인이 절반 가량 ㅎ)의 소소한 브런치지만 내 삶과 생각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단 걸 애써 외면한 시간이었다.
해서, 다시, 또 허접더라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글을 써 나가보려 한다.
느낌 있게 인용 하나 해본다. 맹자는 말했다. 성실, 단 하나만 있어도 모든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탁월한 꾸준함은 그 자체로 빛이 나고 보는 이에게 전율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감탄할 때를 떠올려보자. 똑똑함보다는 집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꾸준함일 때가 대부분이다. 집념만 유지해도 우리는 위대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