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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Apr 14. 2019

#34 지상낙원, 야딩 풍경구에서 찍은 누드사진

중국_운남 야딩 풍경구

 

장족분들의 아침 식사.

 야딩촌에 온기를 더해주는 해가 떴다. 야딩 촌의 하루는 난로에서 연기를 지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만두와 쌀을 넣은 죽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장족분들은 아침부터 힘차게 고기를 드셨다. 우리에게도 고기를 건네주셨지만, 마음만 받았다. 둘 째날은 야딩 풍경구의 랜드마크 낙융목장을 보고, 우유해 와 진주해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올 예정이었다. 


낙융목장


 야딩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충고 사원에 도착 후, 전동차를 타고 낙융목장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많다면, 낙융목장까지 걸어가는 것도 추천한다. 편도로만 2시간 정도 걸리지만, 걸아가는 동안 보이는 설산들의 배경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오색해와 우유해를 갔다 오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음에 와서 걸어보기로 했다.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낙융목장과 그 뒤에 펼쳐진 하얀 설산 ‘양마이용’ 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양마이용 설산을 배경으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야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낙융목장이 왜 목장인지 알게 된다. 첫날 충고 초원을 보고 지상낙원을 떠올렸지만, 낙융목장도 지상낙원의 연장선에 있었다. 낙융목장의 운치를 가슴에 담으며, 우유해와 오색해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마음을 훔치는 드넓은 초원이 나왔다. 드넓은 초원 뒤로 양마이용 설산이 버티고 있었다. 그 순간, 바로 이곳이라고 결심했다. 상해에서 결심한 나의 버킷 리스트를 실현할, 최적의 장소였다. 


 상해를 여행 당시, 티엔즈팡을 방문했다. 티엔즈팡은 상해 예술가들이 모여 전시와 판매를 목적으로 조성된 복합 예술단지다. 티엔즈팡에 있던 RUI YUAN의 갤러리에 들어갔다. 그의 인물사진 중, 누드를 소재로 한 사진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누드 사진을 보고, 큰 인상을 받았다. 사진을 보며 언젠가 나에게 누드사진을 찍을 기회가 온다면, 꼭 한 번 찍고 싶다고 다짐했다. 다만 소망이 있다면, 자연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대자연 속에서의 나의 몸을 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버킷 리스트에 ‘누드 사진 찍기’가 추가되었다. 

대자연 속에서의 누드사진, 버킷리스트 성공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으며, 비수기라 사람들도 없었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누드사진을 찍을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옷을 벗었다. 양마이용 설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살결에 인사를 했다. 인사를 느낄 반가움도 잠시, 추위라는 이방인도 찾아왔다. 이방인은 공공장소에서 적당히 민폐를 끼치라는 경계심을 주었지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임을 알기에 꿋꿋이 사진을 찍어내려갔다. 나의 누드 사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양마이용 설산을 바라보며, 드넓은 초원 속에서 나의 몸이 마주한 것은 고요함이었다. 찰나의 순간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듯 내 몸에 집중했다. 사진을 찍는 순간은 나 중심이었지만, 카메라에 담긴 나의 모습은 겸손을 가르쳐주었다. 드넓은 자연 속에 한 없이 작은 나의 모습이었다. 누드 사진은 순식간에 찍고, 끝냈다. 이방인의 말을 잘 들어서인지, 이방인은 감기라는 선물은 주지 않았다. 대신, 스릴 넘치는 경험과 어디서도 찍지 못할 특별한 사진을 남겼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듯, 나는 다시 우유해로 산행을 시작했다.

 

양마이용 설산을 지나니, 샤눠둬지 설산의 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마이용 설산을 지나니, 샤눠둬지 설산의 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설산을 바라보며 우유해로 가는 길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4500m 정도 되는 고지대로서, 바람 또한 심하게 불기 시작했다. 마침내 도착한 우유해는 역시 얼어 있었다. 호수가 얼어 있었지만, 그 또한 얼어있는 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호수가 얼어서 청명한 빙판이 만들어졌다. 얼어있는 우유해의 모습과 주변의 풍경은, 지구 상 초현실적인 곳에 소개되어도 이상 없을 것 같았다. 우유해에서 양마이용 설관과 샤눠둬지 설산을 골고루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양마이용 설산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양마이용 설산을 배경으로 누드 사진을 한 번 더 찍었다. 


얼어있는 오색해

 이어서 바로 위에 있는 오색해로 향했다. 오색해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는 양마이용 설산과 샤눠둬지 설산이 나란히 옆으로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오색해 또한 얼어있었지만, 오색해에서 바라보는 샤눠둬지 설산의 웅장한 모습에 눈길이 더 갔다. 마지막으로 샤눠둬지 설산을 배경으로 누드사진을 찍고, 하산을 했다. 


 이 날은 2014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자, 쉽게 이룰 수 없는 버킷 리스트를 이룬 날이다. 자연에서 누드 사진을 찍기 원했는데, 그 자연이 지상낙원이라고 불리는 야딩 풍경구였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현재까지도 야딩 풍경구에서 찍은 누드 사진은 외장하드와 클라우드에 보관하며, 보물 3호로서 잘 간직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누드 사진 찍는 것을 쉽게 추천할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고, 생각보다 그 스릴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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