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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Apr 23. 2019

#35 히말라야 트레킹, 트레킹에 사람을 더하다

네팔_히말라야 ABC 트레킹

 

ABC 트레킹의 베이스 캠프 앞에서

 네팔에서 약 3주 간의 시간을 보냈다. 그중 반을 포카라에서 보내며,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다. 일반 등산객이 히말라야를 트레킹 하는 코스는 총 3가지가 있다. 나는 그중 하나인 ABC 생츄어리 코스를 선택했다. 처음에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1월이었던 당시, 낮에는 영하 32도 밤에는 50도까지 떨어진다는 말에 본능적으로 패스했다. ABC 라운딩은 현재 쓰롱라패스라고 불리는 구간이 막혀서 마낭에서 대부분 돌아와야 했다.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 하는데 끝이 찝찝할 것 같아서 패스했다. 자연스럽게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ABC 생츄어리 코스를 선정했다. 푼힐 전망대를 경유해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갖다가 하산하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 중 하나다. 

코 끝이 붉은 히말라야

 네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하여, 9박 10일간의 나 홀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2일째 되는 날, 푼힐 전망대에 도착하여 히말라야의 일몰을 보았다.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라고 불리는 설산의 코 끝에 얹힌 붉은 기운은 한없이 아름다웠다. 하얀 설산이 태양의 붉은 기운을 그대로 머금었다. 다음 날, 푼힐 전망대에서 바라볼 일출이 정말 기대되었다. 


푼힐 전망대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3일째 새벽, 역시 푼힐 전망대에는 일출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고요했던 새벽은, 저 멀리 햇빛이 비치면서 아침이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찰칵찰칵 소리를 시작으로, 타타타타닥 파노라마 셔터가 울리는 소리까지. 사람들의 감탄과 함께 어느새 해는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자연스레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히말라야 산맥도 보이기 시작했다.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다울라기리 등의 봉우리들이 보였고, 웅장함을 다시 한번 느끼며 그 뷰를 가슴에 담았다. 


트레킹을 하며, 점점 산 속으로 들어가던 순간

 푼힐 전망대에서 ABC까지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트레킹 코스에서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들과 때로는 수평선 너머의 산들까지, 바라보며 걷는다. 이런 길을 걸으면 대자연 속에 내가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이 트레킹이 갖는 묘미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환과 지은이가 그려준, 캐리커쳐

 ABC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마을은 적고, 롯지도 적으므로 대부분 한 곳으로 모인다. 만났던 사람들은 계속 만나고 자연스레 동행이 된다. 그렇게 진호형과 환이 그리고 지은이를 만났다. 진호형은 가이드와 함께 트레킹을 했지만, 혼자서 네팔에 왔다. 나도 혼자였기에 말동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트레킹을 했다. 이 인연으로 인도까지 같이 여행을 했다. 진호형 특유의 음색과 사람 좋은 웃음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환이와 지은이는 푼힐 전망대에서 처음 만났지만,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헤어졌다. 하산 시, 다시 만나 온천을 함께 즐기면서 친해졌다. 포카라로 돌아온 후, 같이 팥빙수를 먹으며 종종 어울렸다. 인도로 떠나기 전 날, 둘에게 내 모습을 캐리커처 한 손 편지를 받았다. 그때의 감동은 감사로 이어졌고, 한국에 돌아와서 이들에게 꼭 연락을 했다. 그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져 우리는 종종 만나며, 진호형의 결혼식에 다 같이 참석했다. 여행을 다니며 한국사람들을 몇몇 만났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만난 친구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드물다. 


앞으로는 나 홀로가 아닌, 함께

 사실,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오르면 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다. 히말라야의 웅장한 산맥들도 멋있었지만, 여행지에서 함께 만난 사람과 함께한 추억이 더 강했다. 나 홀로 여행한 곳의 추억은 나 홀로 머릿속에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함께 여행한 곳은 함께 이야기하며 함께 웃을 수 있기에, 동행이 있던 여행지가 더욱 소중하다.

앞서가는 일행들, 함께 트레킹해줘서 고마워

 끝으로 내가 노포터 노 가이드가 가능했던 이유는 내 짐은 내가 드는 것이고, 내가 가는 시기상 대부분의 트레커가 ABC 생츄어리 코스로 몰렸다. 굳이 가이드와 같이 가지 않아도, 이정표와 방향을 찾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더불어 마을이 2~3시간마다 나와서 길 잃을 걱정도 없었다. 참고로 내가 트레킹을 한 1~2월은 비시즌이었다. 그래서 나 홀로 트레킹이 가능했다. 만약 한창 시즌에 간다면 포터 아니면 가이드 한 분은 꼭 대동하시고 가길 추천드린다. 성수기에는 4주 전에 예약을 해야지 방을 겨우 구할 정도로 방이 없다고 한다. 성수기에 혼자 간다면, 방을 못 구해 밖에서… 생각만 해도 몸이 으스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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