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_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정상 우후루피크를 갔다 오고, 숙소에서 1시간가량의 수면을 취하며 피로를 어느 정도 풀었다. 하산은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면 된다. 무사히 정상을 등반한 사실이, 큰 숙제를 해결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저녁이 되어서, 킬리만자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숙소로 들어와 누웠다. 숙소의 나무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Why we do this? 우리는 왜 킬리만자로 등반을 할까?
나는 사실 한국에 있을 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설악산 한 번 갔다 오고, 살면서 동네 뒷산을 갈까 말까 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가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을 찾아다닌 이유는 자연 속에서 걷는 순간, 내가 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힘들게 정상에 올라가면,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각 나라의 대표적인 산들을 다니다 보니, 점점 고도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3천 미터를 가봤으니, 다음에는 4천 미터를 가보고 싶고, 다음에는 5천 미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킬리만자로를 등반해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고도였다. 아프리카 최고봉이라는 5,896m에 이르는, 거의 6천 미터에 가까운 높이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이상, 일반인이 트레킹으로 약 6천 미터에 육박하는 산을 등반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6천 미터는 그전에는 한 번도 등반해보지 못한 높이였다. 이번 킬리만자로 등반은 나 자신에게 부여하는 ‘도전’에 가까웠다.
23살에 군대 전역 후, 자신감 200%로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여행의 모토인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이불 삼아'처럼, 세계를 가슴에 품고 좀 더 큰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드는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니 상대적으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는 그 세계가 전부라고 알고 살아간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면, 말 그대로 그 세계에 갇혀 맘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봐버렸다. 우물 밖의 세계를! 나 자신이 이제 무엇이 부족한지 알았으니, 배워서 채워나가야 한다. 그 부족함을 채웠다면, 정주하지 말고 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우물을 확장해야 한다. 나는 지금이나 앞으로나 새로운 것과 가보지 못한 세계에 계속 도전을 할 것이다. 이런 나를 보고, 우리 어머니는 ‘인생, 참 어렵게 산다’고 말을 한다.
고로 내가 계속 도전을 하는 이유는, 세상을 보았으니까! 부족함을 느꼈으니까! 그 부족함을 채워 나가야 하니까! 정주하면, 안 되니까!
킬리만자로 트레킹 후, 방명록에 한 마디를 남겼다. ‘우리가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주는 또 다른 도전!’ 내가 왜 킬리만자로 등반을 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후루피크 정상을 등반하면, 가이드가 이를 증명하며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정식 인증서를 받아온다. 이를 수령함으로써, 4박 5일간의 킬리만자로 등반을 최종 마무리했다. 살면서 한 번은 킬리만자로에 꼭 도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