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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콴 Jan 06. 2021

가난한 사람은 왜 코로나바이러스에 더 위험할까?

미국 인구, 휴대전화 데이터는 불평등한 재난이라 말한다

 바이러스는 평등할까? 바이러스는 분명 부에 상관없이 주위에 있는 생명체에 침투하지만 감염병의 역사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감염병은 낮은 곳부터 공격해왔다.


감염병은 평등하지 않았다


 페스트는 14세기 유럽 도시들을 황폐화시켰지만 귀족들은 도망갈 여유가 있었고, 보통 사람들은 그럴 수 없었다. 1890년대 쿠바에서 퍼진 황열병과 세계 1차 대전 유럽전선에서 스페인 독감을 마주한 다수는 전쟁에 내몰린 어린 군인들이었다. 에이즈는 침팬지에서 시작됐지만 핍박받았던 사람들은 성소수자였다. 감염병들은 잔인하게도 여유 없이 내몰린 사람을 후벼 파면서 퍼진다.


 COVID-19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다. 미국 내 소수인종은 백인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 CDC 11월 자료에 의하면, 백인에 비해 흑인은 감염될 위험성이 1.6배, 병원에 입원할 위험성이 3.7배 높다. 1)

(APM - https://www.apmresearchlab.org/covid/deaths-by-race#age)

 지난해 12월 데이터까지로 보면, 미국 내 흑인 사망자는 10만 명당 123명이었고, 백인은 10만 명당 75명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연령이 많을수록 치명적이어서 연령을 보정하니 백인에 비해 흑인과 라틴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할 가능성이 2.7배 더 높았다.


 과거와 현재에도 감염병은 주류 계층보다 하위 계층에서 치명적인 셈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NATURE> 에는 감염병의 결과적 불평등을 설명해줄 수 있는 논문이 실렸다.


하위 소득자들은 더 움직여야만 했다


 미국 10대 도시에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3월 1일부터 5월 2일까지 5만 6천 개의 인구 블록과 980만 명의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 55만 개의 장소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득 수준과 이동성의 관계를 분석했다.


 아래 그래프는 3월부터 2개월간 개인별 이동을 시간에 따라 보여준다. 가구 소득 상위 10%(황금색)와 하위 10%(보라색) 두 그룹에서 3월 중순 급격히 감소한다. 여러 지역에서 시행된 Lockdown의 결과로 보인다. 3월 중순 이전에는 가구 소득 상위 10%에서 하위 10%보다 많은 이동이 있었다. 그러나, 3월 중순 이후에는 하위 10%가 상위 10%를 역전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 도시만이 아니라 10개 도시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개인의 이동성과 더불어, 논문에서는 방문 장소의 면적과 사람들이 머물렀던 시간에 따른 밀도를 활용하여 감염 위험을 예측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이 움직였던 하위소득 10%에서 더 높은 감염률을 예측하였고, 실제 데이터와 일치하였다. 소득 불평등이 감염 불평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소득에 따라 감염 장소도 다르다

 휴대전화 위치정보 데이터를 통해 감염 장소를 분석해보면, 소득에 따라 달랐다. 상위 10%보다 하위 10% 그룹에서 더 많은 감염이 일어났기 때문에 장소 별 누적 감염자를 인구 10만 명 단위로 분석했다.


 가구 소득 상위 10%(황금색)의 감염 장소는 카페와 피트니스 센터이었던 반면, 하위 10%(보라색)는 종교시설, 음식점, 호텔 및 모텔로 비교적 의식주와 관련된 장소였다. 하위 10%가 해당 장소에 일을 하러 갔는지, 손님으로 갔는지, 왜 움직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했을 때 집에 있을 수 있는 여유가 안전함을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의 삶


 2020년 연말에서 2021년 연초로 넘어왔지만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연말 모임을 줄여 COVID-19 확산세를 막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이미 산업 각 분야에서 '이러다 굶어 죽겠다'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코로나로 실직한 사람들은 이미 이동을 시작하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가 문을 닫자 고객 집으로 방문해 코칭을 하고 있고, 배달과 대리 운전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보인다. 콜센터, 대형마트, 방문판매, 공사장 등 재택이 불가능한 업종은 이미 지난해 소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여전히 추가 집단 감염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미국의 데이터는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저소득층의 이동을 일부만 멈출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이 방문하는 장소와 시간은 제한되어 있어서 더 붐비는 곳에 노출되어 위험하다. <Nature>논문에서는 이들을 '슈퍼 전파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모든 사람들의 이동성을 균일하게 줄이는 것보다 한 장소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식당을 24시간 오픈할 수 있게 허가하더라도, 해당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을 10인 이하,  머무르는 1시간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코로나는 불평등한 재난이다. 코로나가 조기 종식되더라도 불평등이라는 상처는 더 깊이 벌어져있을 것이다. 손님이 없지만 고정비용을 내는 자영업자, 없어진 일자리를 뒤로 하고, 다시 찾아 나서는 노동자들...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또, 최소한 현재의 방역이 '슈퍼 전파자'의 멍에를 취약계층 쪽으로 전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참고자료:

1) CDC,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covid-data/investigations-discovery/hospitalization-death-by-race-ethnicity.html)  

2) America Public Media, (https://www.apmresearchlab.org/covid/deaths-by-race#age)

3) Nature,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2020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0-29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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