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낫프로
언어를 탐구하고 캐야 하는 직업을 갖다 보니 꿈이 생겼어요. 바로바로바로 ‘드립의 제왕’이요! 소박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꿈이에요. 적재적소에 적절한 말을 날려 사람들을 풋! 하게 만드는 사람, 제 롤모델이에요. 어떻게 이런 댓글을 달았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프로 댓글러도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랍니다. 짧은 댓글 하나로 지루한 영상을 세상 제일 재밌는 콘텐츠로 만드는 드립의 제왕들. 그분의 머리에 들어가 드립력을 쏙쏙 빼서 내 머리에 이식하고 싶어요.
혹시라도 만나면 물어보고 싶어요. 그 댓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걸렸어요? 영상을 보면 댓글이 확 떠오르나요? 상황을 피식! 하게 만드는 피식의 지배자들을 만나면 한 번씩 물어봐요. 와, 언제부터 이렇게 웃기셨어요? (언제부터 이런 언어생활을 하셨어요?) 대부분 네? 제가요? 하하하 하고 웃으며 넘어가지만 저는 반짝반짝 눈으로 그 사람을 쳐다보며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서 빤히 쳐다봐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요.
드립의 제왕은 센스가 있어요. 주변의 공기를 재빠르게 읽는 센스, 그 공기를 모아 제대로 된 타이밍에 드립의 에너지파를 야아 아아 압 하고 날리는 센스, 치고 빠지는 센스, 일정한 선은 넘지 않는 예의 바른 센스, 재빠르게 다시 그 상황으로 쏙 들어가는 센스. 센스의 달인들이에요.
프로 댓글러는 은둔하는 고수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어서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익숙한 상황을 낯선 상황에 갖다 붙여 비유하고, 잘 정리하고 축약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맥락을 잘 캐치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키보드를 지배하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 정도 드립력이라면 주제를 막론하고 어떤 커뮤니티에 깊게 들어가 있는 사람이고 온라인 상에서 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고 듣고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드립력을 기르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영상을 보더라도 댓글을 최대한 챙겨 봐요. 댓글창은 수줍어서 활동하지 않지만 오프라인에서 적당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때 피식할만한 말을 날려요. 나만 피식해서 가끔 민망할 때도 있지만 이 때다 싶으면 바로 이야기해봐요. 드립은 머리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드롭될 확률이 높아지더라고요. 드립은 순간의 언어, 흐름의 언어인 것 같아요. 파닥파닥 하는 생명력으로 임팩트를 주고 있는 듯 없는 듯하고 쓰윽하고 빠지는 거죠.
드립력은 일할 때 꼭 필요한 능력은 아니지만 센스의 부분에서 본다면 가지고 있으면 좋은 스킬인 것 같아요. 드립력을 가진 사람을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한정할게 아니라 미묘한 상황을 읽어내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대단하고 그래서 드립의 제왕이 되고 싶어요. 드립을 가지고 놀며 제대로 된 피식을 날릴 수 있는 사람! 제가 꼭 되고 싶은 사람이랍니다. 소소한 꿈이지만 이루기는 힘들어서 드립의 제왕을 알고 계시다면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최대한 많이 흡수해서 더 신나는 드립을 던져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