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동하나요?
좋은 체육관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오늘 트레이너 선생님(앞으로는 그냥 선생님)이 던진 한마디 때문에 주제를 바꿔 글을 씁니다. 좋은 체육관보다 더 중요한 목적과 목표에 관한 이야기예요. 처음으로 체육관에 갔을 때 왜 운동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몸이 무겁고 버거워
1. 체력 증가, 근데 근육을 곁들인
2. 체력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다이어트
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라 빡센 식단을 곁들인 운동은 부담스러워서 첫째는 체력, 둘째는 근육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10회 트레이닝은 아주 재밌었어요. 난생처음 운동기구를 익히고 자세를 잡아가는 신기함과 다음날 일어났을 때 운동한 부위들만 아픈 게 짜릿했거든요.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가고 싶을 정도로 하체가 아린 날, 상쾌하게 일어났는데 누군가 ‘일어나라 아침이다!’ 하며 갑자기 주먹으로 등을 뻑 친 것 같은 뻐근함에 상체를 아주 잘 단련한 느낌이 드는 날도 있었습니다. ‘아, 이래서 부위별로 운동을 하는구나! 온몸이 다 지끈하면 운동을 지속할 수 없잖아!’ 깨달음이 오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서서히 재미를 붙이는 때, 재미가 떨어져 보이는 때에 선생님은 저한테 물었어요.
“회원님, 회원님은 운동을 왜 해요? 지금 운동하는 거 재밌어요?”
“저는 체력증진 그리고 근육 증가 약간의 다이어트를 더한…”
“목표를 지금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하체 운동을 더 해보겠다, 살을 몇 kg까지 빼겠다 아마 운동이 더 재밌어질 거예요.”
“음… 저는 지금 되게 재밌는데…그리고 빡센건 싫어요!”
“그래도 한 번 생각해봐요!”
신나는 10회, 모호한 20회, 일단 나가는 30회가 다가오는 동안 목표 설정과 재미에 관한 대화가 계속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는 한 번 더 말을 꺼냈습니다. 무릎이 아파 그동안 못하던 하체운동을 맘껏 해서 신이 난 저를 보면서요.
“회원님의 목표를 제가 생각해봤어요. 근육량 증가, 다이어트. 지금 목적은 분명한데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요. 몸무게가(이건 절대 지킬 비밀) 지금 OOkg정도 되니까 52kg를 만들겠다! 이런 목표 말이에요. 같이 계획 짜 봐요. 하지만 지켜줄 게 있어요. 하루 일과에 1시간 운동은 꼭 넣기!”
레그 프레스 2세트째 잠깐 쉬는 시간에 선생님은 훅 치고 들어옵니다. 지금 한창 재밌었는데 제가 던진 여러 허언 덩어리(아침에 나와서 운동할게요, 이번 주는 네 번 운동한다 등)를 모아 운동한 다리보다 정신을 후둘거리게 할 팩트 폭행을 날립니다.
‘선생님 52kg은 제 이십 대 초반 몸무게로… 원만한 합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입까지 차오르지만 와중에 3세트 할 시간이 되어 무게를 칩니다.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한 뒤바뀐 프로세스가 머리를 스칩니다. 등록을 했으니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목표가 있어 운동을 하는 그래서 기꺼이 체육관에 등록을 하는 능동적인 프로세스요. 30회 차로 달려갈수록 왜 재미가 줄어드나 했더니 목표 문제였어요. 두루뭉술한 목표는 열정과 재미마저 두루뭉술하게 만든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운동 목표요?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용기가 안 났을 뿐.
운동의 목적은 다이어트. 목표 체중은 일단 55k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웨이트 개인 운동 + 러닝 함께 하기. 러닝은 무릎 안 아프게 조심하면서 1km당 6분 이내로 달리기. 자세한 수치는 선생님이랑 같이 조절하겠습니다. 식단 이야기도 나눠야 하거든요. 그리고 재미있게 운동하기. 목표 없이 운동 그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에 운동초보는 갈 길이 머네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재미를 찾는 과정이 더 즐거워진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러니 운동하려는 모든 운동 예정자 여러분! 구체적인 목표 설정 참 중요합니다. 하지만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재미는 운동에 불씨를, 목표는 앞으로 갈 동력을 줄 거예요. 되게 아는 듯 말했지만 사실 제 코가 석자입니다. 목표를 지킬지 말지는 계속 지켜봐 주셔야 알 수 있어요. 마침 2022년이라는 목표 세우기 좋은 구실이 있으니 저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