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할까
미국에 살면서,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운전하던 중 대화를 나눴다.
그 친구는 한국에 있을 땐 늘 어떤 집단에서도 겉도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는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생겼고, 그래서 그 관계들이 더없이 소중하다고 했다.
지금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면 성격도 밝고 유머도 넘쳐서, 그 예전의 모습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나’라는 사람의 모습은 지금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닐까.
함께 있을 때 내가 더 유머러스해지고,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고,
누구보다 더 잘나고 싶어 지거나 누구보다 더 잘살고 싶다는 비교가 아닌,
그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
질투 나거나 좌절감을 주는 관계가 아닌 부럽지만 닮아가고 싶게 만드는 관계.
…
미국에 살면 꽤 자주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된다.
자신만의 무언가가 단단히 있는 사람의 집에 초대받으면 종종 눈길이 가는 공간,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다.
그 공간 안의 물건이 비싼 것들이라, 음식이 화려해서도 아니다.
그 안에 ‘취향’이나 ‘삶의 레이어’가 느껴질 때,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 때 내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여행에서 이 음식을 먹었을 때 느꼈던 감정, 그리고 본인이 의도한 맛을 내기 위해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신나게 설명하는데 나도 무언가를 먹고 좋은 게 있을 때 왜 좋았는지 생각해 보고 재현해 봐야지 생각했었다.
…
의식주: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입고, 어떤 공간 안에 살아가는지.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린 — 내 이웃은 누구인가이다.
나는 누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가.
거주지 선택의 기준이 가격이 오를 만한 곳이 되고,
직장 선택의 기준이 연봉인 세상에서
내 선택의 우선순위 1순위는 “누가 있는지” 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내가 닮고 싶은 결인지,
내가 들어갈 직장의 팀원들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인지.
…
사람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외로움’ 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느낌은
그곳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고, 피하고 싶게 만든다.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내가 속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건 내 경험상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일이다.
내가 그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
상대가 이미 편한 사람들 틈에서 나를 향해 마음을 열 여유,
서로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결의 비슷함 등등
그 수많은 요소들이 운 좋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
내가 가장 끊고 싶은 습관 중 하나는
생각 없이 쇼츠나 릴스를 끝없이 스크롤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다.
관계도 그렇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면,
사람을 보게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시간 소비에 불과할 때가 있다.
쉽게 손이 가는 쇼츠 같은 관계가 아닌
정말 내가 속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속하기 위해 오늘도 내 comfort zone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