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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호 그리고 보람 Mar 25. 2022

[윤] 잃어버린 십자인대를 찾아서 -재활 편

혼자서는 못해요

Tinder에서 만나 결혼을 한 커플로, 말레이시아에서 거주 중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번갈아 가며 올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윤]은 윤호의 글, [보]는 보람의 글입니다.


내게 2021년은 무릎 수술과 재활, 이직이라는 세 단어로 간단히 요약이 가능하다. 부상과 수술, 재활이라는 기나긴 여정이 2021년에 비로소 끝났는데, 뒤늦은 재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2021.06~ 2021.08) 재활, 그 지루함에 대하여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돌아올 즈음에 다시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등을 했고, 강도 높은 락다운이 다시 시행이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필수적인 시설(마트, 은행, 주유소 등)만 영업을 하고 심지어 식당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오로지 재활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활에 필요한 운동, 특히 초기의 운동은 정말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달리기는 고사하고 걷는 것도 불편한 상황이어서, 대부분의 운동은 정적인 근력운동으로 다친 다리의 근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때는 다리 근육의 크기가 확실히 달랐다...

그래도 이 기간에는 재활센터뿐 아니라 집에 돌아와서도 열심히 운동을 했다. 십자인대는 수술도 중요하지만 재활도 중요하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힘들게 수술하고 온 노력을 헛되이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릎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운동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재활을 했기 때문에, 흡사 PT를 받는 느낌으로 재활을 할 수 있었다.



#(2021.09 ~ 2021.12) 혼자는 못해요

재활 4개월 차에 막 접어들었을 때 처음 조깅을 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션 시작 전에 피지오 선생님이 "오늘은 가볍게 조깅 한 번 해볼까요?"라고 하셨는데, "제가 할 수 있어요?"라고 반문했었다. 


달리기는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전에는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걷고 뛸 수 있었는데, 1년 가까이 달리기를 해보지 않다 보니 내가 다시 달릴 수 있는 상태인지 확신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뛴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행동인지 살짝 까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가벼운 조깅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였고, 그 순간 약간의 희열과 감격스러움을 느꼈다. 무릎을 다치고 나서 11개월쯤 되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잘하지도 않던 인스타그램에도 업로드를 했다


이 날 이후로 재활에 굉장히 속력이 붙기 시작했다. 조심스럽지만,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굉장히 강하게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재활센터에 다녀오는 날은 다음날까지 초주검이 되기 일쑤였다. 피지오 선생님에게 늘 '선생님, 저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일반인인데요'라고 항변해보아도, 허허 웃으시면서 늘 한계 직전까지 몰아붙여서 가끔은 재활하러 가기 겁이 날 정도였다. 이래서 운동선수들이 운동하러 가기 겁이 난다고 하는구나,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 기간에 피지오 선생님과 운동과 재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재활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활은 열심히는 하되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그러지 않아 재파열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나로서는 지금 내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어떤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어떤 동작을 피해야 하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는 거의 매주 여쭤보고 온전히 피지오 선생님의 조언을 따랐다. 


워낙 인터넷과 유튜브 등에 정보가 많으니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 몸과 경과는 모두가 달라 동일하게 적용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운동이라면 모르겠지만 재활이라면 일반화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만약에 심하게 다쳤다면 가급적이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장하고 싶다. 



* 더 자세한 재활기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Ur0kWFXkqE


# 2022.01 ~ 현재

나는 작년 12월부로 재활을 끝마치고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십자인대의 경우 수술 후 1년 정도는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여, 지금까지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운동을 하고 있다. 이 기간이 지난 하반기부터 조금 더 본격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번 큰 부상을 겪고 난 뒤라, 사실 축구에 대해 흥미가 약간 떨어지지기도(그리고 실력도 동반 하락...) 했다. 어쨌든 가장 좋아하는 운동 중 하나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것이 살짝 마음이 아프지만, 운동은 내 몸 건강하자고 하는 것이니만큼 축구도 좋지만 새로운(그리고 안전한!) 운동을 조만간 도전해보지 않을까 싶다. 



p.s. 여러분, 모두 다치지 말고 건강하세요! 진심*100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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