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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찬수 Dec 04. 2023

스마트 글래스(Smart Glass)

스마트 글래스의 시작은 구글글래스라고 할 수가 있다. 구글이 ‘프로젝트 글래스(Project Glass)’를 추진하면서 2011년 시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이 제품은 공개되자마자 호된 비판에 즉면했다. 1600달러가 넘는 고가의 가격에다가 개인 사생활 침해 논란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구글 글래스는 장착된 카메라가 있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검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크게 대두된 것이다. 여기에 얼굴 인식 앱이 장착되면 구글 글래스를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을텐데,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한 기능일지 몰라도 자신의 신상을 사람들이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느끼는 당사자는 큰 위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촬영이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표시가 없어서 몰래카메라로 악용이 될 소지도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구글글래스는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구글이 바로 이 미래의 제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2017년 지적을 받았던 문제점들을 보완한 후 개인용 제품이 아닌 기업용 제품으로 업그레이한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 제품도 역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고는 2022년 실시간 번역 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다시 공개했다. 물론 2023년 돌연 스마트글래스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는 선언을 해서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꾸준히 스마트글래스의 비전을 믿고 투자를 한 기업이라 하겠다. 


스마트워치가 늘 신체에 붙어서 착용이 되는 시계을 발전시킨 것이라면, 스마트글래스도 안경이라는 상당히 친근한 물건에 첨단 기능을 넣어 새로운 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인경은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렌즈를 바로 눈 앞에 두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적합한 미래 디바이스로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였다. 스마트 글래스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에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하여 정보를 겹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안경을 쓰고 보이는 눈 앞의 풍경에 네비게이션에서 길을 알려주는 그래프를 겹쳐서 볼 수도 있고, 눈 앞에 보이는 사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서 사물에 겹쳐서 그 검색 정보를 볼 수가 있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인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증강 현실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에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가 없지만, 스마트 글래스는 주변의 환경을 쳐다보면서 이 기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편리한 사용이 가능하다 하겠다. 

그리고 귀와 입에 가까이 있기때문에 스마트글래스는 인공지능과 음성으로 대화를 하면서 작동시키기에 아주 최적화된 제품이다. 알렉사라는 음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로 유명한 아마존은 이러한 자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스마트글래스 제품 ‘에코 프레임(Echo Frames)’을 선보였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Alexa)와 연동해서 작동하며,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에 종속된 디바이스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스마트글래스의 주요 UX로 채택을 한 것은 쓰임새를 크게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워치와 같이 스마트글래스는 우리 몸에 착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패션 제품으로서 손색이 없는 멋진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엄청난 기능이 있다는 것 때문에 자신이 바보 같아 보이는 것을 참아가면서 이 안경을 쓰고 다닐 사람은 없다. 스마트 글래스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감각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패션과 함께 착용의 편안함 그리고 사용하기 쉬운 UX가 스마트글래스의 대중화를 위해 중요한 과제인데, 인공지능과의 음성 대화 방식은 적절한 형식으로 보인다. 

최근에 공개된 메타의 스마트글래스는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들을 거쳐 이 미래의 디바이스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메타에서 발표한 스마트 글래스는 레이밴이라고 하는 유명한 선글라스 회사와 손을 잡고 만들었는데, 겉모양은 일반 멋진, 패션용 선글라스의 모습이다.

그런데 여기에 기능이 엄청난 게 들어가 있다.카메라가 달려 있고 와이파이가 장착이 돼 있어서, 돌아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할 수 있다. 이게 잘못하면 사생활 침해라든지 몰카 이런 데 활용이 될 수 있어서, 이 제품은 촬영을 할 경우에는 스마트 안경의 카메라 옆 램프가 깜빡깜빡 하게 만들었다. 찍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게해서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마이크가 달려 있어서 오디오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고, 메타의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스마트폰 이후의 디바이스로 이런저런 기계를 예측했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얘기 되는 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 다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장착이 되는 것으로 반지나 안경, 시계 등 다양한 제품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그 중에 스마트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스마트폰의 다음 기기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스마트 글래스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이렇다.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할 때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과 청각이다. 무언가를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입과 귀가 중요하다. 그런데 눈, 입, 귀와 가장 가깝게 착용을 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바로 '안경'이다. 디바이스가 바뀌면서 콘텐츠가 바뀌고, 그리고 이어서 콘텐츠 소비자들의 성향도 변화하는 것처럼 앞으로 스마트 글래스가 우리 콘텐츠 산업 전반을 크게 바꿀 만한 그런 디바이스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마트글래스는 투명 렌즈를 통해 보이는 현실 세계 위에 3차원 증강현실(AR) 등 새로운 정보를 보여주는 기기다. 눈에 착용한 상태로 주변을 보면 그 위에 투사된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가상현실(VR) 헤드셋과 달리 안경처럼 쓰고 벗기 편하다는 장점과 함께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HMD보다는 가벼운 스마트 안경이 더 빨리 대중화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스마트글래스가 해결해야할 높은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눈 앞에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과연 신체에 부작용이 없는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용 중에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는데 해결이 쉽지않은 문제이다. 사용자의 어지러움을 줄이고 응답 속도를 빠르게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요구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야 속에서 디지털 요소와 물리적 물체를 혼합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형 디바이스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인 배터리 수명 연장과 발열 현상도 있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로 인해 애플에서 올 해 출시 예정이던 스마트글래스를 무기한 연장하기도 했다. 보통 시장에서는 애플이 제품을 출시하면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중적인 가격으로 생산해서 판매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여전히 스마트글래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개발 중단을 선언했던 구글도 다시 시작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고, 중국 기업들의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과 퀄컴의 제품 개발 소식도 있다. 스마트글래스는 AR(증강 현실)과 메타버스 같은 매력적인 미래기술과 연결되어 있다. 관련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라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으로 여전히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과연 스마트글래스는 스마트폰 다음을 책임질 디바이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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