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국내 OTT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 3사인 KBS, MBC, SBS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이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보여주는 OTT 서비스 입니다. 그리고 티빙은 CJ 계열의 TvN에서 주도를 하고 있고, 여기에 JTBC가 참여하면서 최근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는 방송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OTT 입니다. 사실 티빙과 웨이브가 합치게 되면, 국내 방송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가진 OTT가 탄생하기 때문에 공정위 심사가 진행되었고, 이번에 심사를 통과하게 되어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그런데 티빙과 웨이브를 합치는 문제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어온 묵은 이야기입니다.
논의의 시작은 넷플릭스라고 하는 거대 글로벌 OTT 서비스의 독점적인 지위가 너무나 커져가는 상황때문이었데요. 처음 한국 시장에 넷플릭스가 들어올 때에는 지금처럼 넷플릭스가 한국의 OTT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오히려 한국 동영상 콘텐츠 소비자들의 시청 행태가 주로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어서 넷플릭스가 실패하게 될거라는 예측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소비자들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해외 유명 콘텐츠를 보여주는 서비스가 될거라 생각했던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예상을 깬 행보를 보였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이런 현상이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서 오히려 한국의 넷플릭스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한국 OTT 서비스 중 1위가 되었죠. 이제는 다른 방송사에서 제작한 한국 드라마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넷플릭스를 통해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걸 선호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이기 때문에 여기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한국이라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상대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의 영상 콘텐츠 제작 시장은 넷플릭스에 종속되는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나며 문제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앞으로 계속 넷플릭스에 의지해서 이렇게 한국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는가 라는 비판과 함께 넷플릭스가 아닌 국내 기반의 글로벌 OTT 플랫폼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아졌구요.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반 OTT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국내 OTT를 합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글로벌 OTT를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티빙과 웨이브 서비스를 합친다고 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OTT가 될 수 있을까요? 현재 방송사의 독점적인 콘텐츠를 가진 것 이외에 과연 어떤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서 세계 시장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소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존의 거대 OTT 서비스를 통하지 않고 한국 기반의 OTT를 통해서 동영상 서비스를 보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서비스해야 될 것인가 라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한국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를 원하는 곳이 많다고 해서 단순히 티빙과 웨이브가 확보하고 있는 방송사 콘텐츠를 가지고 해외 소비자들을 잡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입니다. 두 회사가 합쳐진다고 해서 OTT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들이 넷플릭스라고 하는 OTT를 왜 선호하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질 국내 기반의 글로벌 OTT가 경쟁력을 만들어내야만 두 기업이 합쳐지는 것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두 기업이 합쳐졌는데도 글로벌 OTT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면, 단순히 국내 소비자들이 하나의 OTT로 국내 방송사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게 되는 편리함 외에는 의미가 없는 결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혹시 OTT 서비스 이용료가 오르기라도 한다면 그저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합병이 되지는 않아야 하겠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기반의 글로벌 OTT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한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OTT를 통해서도 한국의 콘텐츠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이 TVING과 WAVE의 결합이 가진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