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수다를 조금 떨다가 각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가고 있었다. 그때 엄마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아~ 안녕하세요. 네, 네... 아, 그래요? 근데... 제가 컴퓨터를 잘 못 하는데.. 괜찮을까요?"
어디서 걸려 온 무슨 내용의 통화인지 궁금했다.
"무슨 전화야?"
"복지관 전환데, 이따 내려서 얘기해줄게."
역에서 내려 엄마의 얘기를 들어 보니 얼마 전 노인복지관에 들러 시니어 일자리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왔는데 일자리 제안으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근데 문제는 엄마가 그동안 생각해 온 아이들 돌보는 일이 아니라 컴퓨터로 하는 재택근무였다. 엄마는 일을 하면 좋긴 할 텐데, 평생 컴퓨터와 마치 적인 양 살아온 탓에 당신이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 눈치였다. 복지관에 얘기하니 컴퓨터 켜고 끌 줄만 알면 나머지는 배우면서 하시면 된다고 했단다. 내가 봤을 때 이건 엄마에게 떠먹여 주는 기회였다. 이참에 그동안 원수같이 여겼던 컴퓨터와도 친해지면 좋겠다 싶었다.
"하루 3시간에,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 일하는 것보단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것도 좋고, 용돈도 벌고 좋고만요. 한 번 도전해봐요, 엄마.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어?"
옆에서 엄마에게 용기를 주며 기회를 꼭 잡으라고 종용했다.
엄마는 못 이긴 척하며 한 번 해보겠다며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재택근무에 도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