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다올 Nov 30. 2021

63세 엄마의 재택근무 도전기(3)

"그만 둬야겄다" 소리를 하루에 몇 번이고 했다. 재밌는 건 이 얘기를 하면서도 그녀의 컴퓨터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배운 대로 실행이 잘 안 될 때면 성질을 내면서도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 매달려 다시 하고, 또다시 했다. 지독한 집념이었다.

                

어느 날은 오빠에게 업무일지 작성법을 배워서 작성을 완료했다. 오빠는 엄마 할 일이 다 끝났기에 당연히 컴퓨터 쓸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컴퓨터를 다른 방으로 옮겨 놨다. 그때 엄마는 방에 들어갔는데 컴퓨터가 없는 걸 보고 성질내며 말했다.

               

"야, 왜 컴퓨터를 갖다 놔부렀냐? 잘 안되니까 또 해봐야 할 것 아니냐고!"

               

생각지 못한 그녀의 분노에 오빠는 적잖이 당황했다. 엄마가 이토록 열심히 할 줄 몰랐던 것이다. 우리 가족은 그녀의 열정에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주말마다 나와 오빠는 본가로 가서 엄마의 일주일치 컴퓨터 사용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수시로 전화가 오기도 했다.

                

주로 엄마의 문의 사항은 한글 문서를 쓰고 있었는데 화면이 사라졌다(사실 밑에 최소화 창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인 경우가 99%였다), 저장을 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아까 검색했던 화면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등 컴퓨터 사용에 너무나 익숙한 나에게는 오히려 생소하리만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리 동네에는 노인복지관 본관과 분관이 있는데 분관은 우리 집 길 건너 바로 앞에 있다. 엘리베이터에 보니 '컴퓨터 기초 수업'이 있길래 엄마에게 이 수업도 들으며 재택근무를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엄마는 수업 대기를 걸어 놨는데, 일주일 사이 세 명의 노인분이 도저히 어려워서 못 배우겠다며 수강을 포기하셔서 일주일 만에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컴퓨터 수업도 듣고, 재택근무도 하고, 재택근무하다가 어려우면 그걸 USB에 넣어 가서 복지관에 가서 질문하며 물어보기도 하셨다. 엄마의 소비자지킴이 동기들과 머리를 맞대며 컴퓨터실에서 씨름하기도 했다. 엄마의 열정은 누구도 막기 어려울 정도였다.

               

9월부터 11월까지 엄마의 3개월 간 소비자 지킴이로써 고군분투 여정이 이어졌다. 어제는 3개월 간의 소비자 지킴이로써 활동을 마무리하는 수료식이 있었다. 복지관 담당자가 엄마가 말씀을 잘하시는 것 같다며 소감 발표자 중 한 명으로 지명하여 엄마는 지난 주말, 소감문 연습을 수십 번 하셨다. 원고는 나와 아빠의 손을 거쳐 세 번의 큰 수정을 거쳤다. 수료식까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 엄마는 또 한 번의 열정을 불태웠다. 수료식 당일, 소감문 발표에서 큰 박수를 받았고 담당 직원들로부터 칭찬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금도 컴퓨터 교실에 다니며 컴퓨터를 배우고 계신다. 어제의 적이었던 컴퓨터가 오늘의 동지가 된 셈이다. 복지관, 컴퓨터 교실에서 받은 작은 칭찬들, 컴퓨터를 배우며 새롭게 배우고 성장한다는 기쁨, 소감문을 작성하고 발표하며 얻은 자신감,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업그레이드된 엄마의 시니어 라이프를 어제 수료식에서 온몸으로 느끼지 않으셨을까 싶다.

작은 일자리라도 60 넘은 시니어층에 일할 기회를 주고 자신감까지 주는 복지관 사업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러한 기회가 더 확대되어 많은 어르신들이 우리 엄마처럼 인생의 제2 막장을 멋지게 열어 가시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63세 엄마의 재택근무 도전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