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탱글통글 Jan 20. 2018

취미도 욕심이 생긴다

취미로서의 글쓰기를 할 것이다. 이것은 예전과 다름없이 확고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책을 읽을 때의 시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독자로서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었고 이 책은 이렇네 저 책은 어떻네 하면서 평가도 서슴지 않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와... 이 작가는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아... 정말 매끄럽게 글을 이어가는구나.

오... 한국어에는 이런 단어도 있구나.


뭐랄까... 좀 더 독자에서의 입장보다 쓰는 사람의 시각에서 보게 된다.

요즘들어 어설픈 솜씨와 빈약한 재능으로 글을 쓰자니 한계가 느껴진다. 그런데 책들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자꾸만 커져만가고 좋은 글들은 항상 나를 자극한다. 

욕심과 비교는 근심을 낳기에, 이 상황이 날 고민스럽게 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란 건 진작에 알고 있다. 그래서 애써 '취미'라는 단어를 글쓰기 앞에 붙여서 방어하고 있는 느낌도 드니까. 그래도 글은 계속 쓰고 싶은데.. 이럼 욕심 따위로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지 않다.

잘 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글은 여러 가지로 이득인 부분이 많다. 말과 다르게 뱉기 전에 수정할 수도 있고, 아무리 읽어도 시끄럽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읽을 수도 있다. 뭔가 차분해지는 느낌도 좋고.

주제는 일상적인 모든 것들이 좋다. 기본적으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말한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라고 한 말을 마음속에 품고 아무것이나 쓴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내 생각이 맞고 다른 생각은 틀려' 식의 글만은 쓰거나 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애정이 들어간 충고와는 다른 느낌이다. 다른 사람에게 훈수하는 것이 싫다. 내 생각이 혹여나 그들의 마음에 작은 씨앗이 될까 봐 걱정이다. 그 씨앗이 자라고 뿌리를 내려서 마음을 조각낼 수도 있으니까. 이미 예전에 가벼운 말로 그렇게 만들거나 혹은 당했던 상황이 있었으니, 글에서 만큼은 그런 실수를 피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내 삶과 생각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


그런데 이제 일상적인 것들은 충분히 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쥐어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이제는 숨고르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불현듯 느꼈다. "에? 얼마나 달렸다고 벌써 숨을 고르나요?" 하고 묻는다면 겸연쩍어지지만, 나란 인간의 호흡은 여기까지인 듯하다. 잠깐 에세이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면서 더 많은 소설을 읽고(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단어를 수집하고 문장을 모으면서 조용히, 설레이면서도 또한 부담스러운 백지채우기를 차근차근 하려 한다. 마음은 그렇게 먹었는데 이제 과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문장으로 첫줄을 시작할지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막막했다. 

종이를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던 몇주의 시간동안 이런 비슷한 느낌의 글을 여러 책에서 읽었다.



'소설가 혹은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결여되어 있고 아픈 부분을 집요하게 써 내려가는 사람이다.'


취미로 쓰는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 같았다. 내가 여태까지 써왔던 투병기도 다 그런 부분이었으니까. 그래서 또 몇 달간 고민해 보았다. 나에게 결여되어 있는 아픈 부분은 뭘지, 어둠 속의 검은 고양이 같은 존재는 무엇일지.

그리고 결국 찾아낸 그것은 '사랑'이다. 으으... 지긋지긋한 그것... 그래도 할아버지 방의 작은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초콜릿 상자처럼, 가슴 한구석에 감추어둔 그 감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예전에 그 간질거리고 부끄러웠던 기억들을 써보고 싶다. 취미로서, 즐겁게, 아무 의미 없이 담담하게.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은지와 설이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아니, 사실 이미 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여정이 정말로 즐거울 것이다. 그들과의 동행이 기대된다.





p.s 근황을 알려드리는 것이 예의인것 같아서 썼습니다.. 안궁금하셨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에세이는 간간히 올릴 예정입니다. 예전처럼 자주(?) 길게(?)는 아니겠... 그래도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


김탱글통글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한 일기(11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