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탱글통글 May 30. 2018

그렇게 될 일은 결국 그렇게 된다지만...

 30대를(2년뿐이지만) 살아오천천히 그리고 동시에 가장 바쁜 보름을 보냈습니다. 출간 전 먼저 책을 받아서 사람들을 만나 출간 소식 게을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책을 홍보하는 일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진심을 다해 쓰긴 했지만, 좋은 글이니까 주변에 많이 홍보해 달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너무 부끄러워하면 열심히 만들어주신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침 한번 꿀떡 삼키고 열심히 떠들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이 부끄럽지만요..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 책이 입고된 날, 언제나 책을 샀던 잠실 교보문고에 방문했습니다.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는 이미 상상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신간 코너에 가서 제 책을 봅니다. - 감동의 눈물 한 방울 또르르.. - 그때 옆에서 나타나 내 책에 관심을 보이는 한 사람 - 한 발짝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나 -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독자를 보며 그분의 안녕과 세계의 평화를 빌어보는 나...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부푼 마음으로 신간 코너에 향했는데 제 책이 없었습니다. 당황해서 직원분께 물어보니 오늘 들어온 책이라 아직 진열이 안됐다고 하시며 파란 플라스틱 박스에서 꺼내 주셨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감사합니"라고 말한 뒤, 한동안 책을 손에 쥐고 멍하니 서있다가 신간 코너에 두고 오기엔 좀 민폐인 것 같아 직원분께 반납하고 왔습니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에세이 코너에 진열되어있는 수많은 신간들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울적해져, 서점을 나와 문구 코너를 돌아다니다가 피규어 하나를 충동적으로 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쁜 쓰레기를 보고 있었더니 조금은 즐거워졌습니다.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는데 아직 고민 중이네요.


개 새


책 한 권 쓴다고 인생이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저는 요즘 그럭저럭 흥미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글이 써지지 않아서 적당히 쉬고 있었는데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다시 의욕을 채우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글감도 많이 생기고 아이디어도 차곡차곡 쌓는 중입니다. 뭐든지 억지로 짜내도 나오지 않을 때는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 "그렇게 쉬어가다간 뒤쳐질 거야"같은 대안 없는 걱정을 해주는 사람이 제 주변엔 없어서 다행입니다. 물론 만나게 된다면 '그래서 어쩌라고요?'라는 마음으로 대처하면 됩니..


한 템포 쉬어가는 중이라도 제 인생에서 가장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는 '느리지만 바쁜' 기간에 에세이를 꼭 남겨야 한다는 다짐으로 저녁 12시에 초코바로 급히 기운을 끌어올리고 노트북에 앉아 최선을 다해 씁니다.

'그렇게 될 일은 결국 그렇게 된다'라는 말을 믿으며 저만의 템포로 느리게 살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선 자잘하게라도 바쁘고 열심히어야 후회가 남지 않겠죠. 역시 인생은 만만치 않네요.. 어쩐지 글을 쓸 때마다 이런 결론에 도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쯤이면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한 일기 (2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