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의 아주머니는 키가 작다. 급식을 나눠줄 때면 바닥에 초록색 플라스틱 박스를 바닥에 엎어놓고 그 위에 올라간다. 윤기 있고 힘 있는 머리카락은 갈색의 단발이고, 눈코입이 크고 선이 굵어강인한 인상을 준다. 표현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얼굴만 똑 때서 보면 영락없이 키큰 사람의 얼굴형이다. 그리고 난 그 부조화(?)가 어쩐지 귀엽다. 언제나 포근한 미소로 "태균씨 많이 먹어요~"라고 말해주는데 그럴 때마다 난 어쩐지 호빗을 바라보는 간달프가 된 느낌이다.
어른인데 귀엽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복도를 걸어가는데 식당의 입구에서 아주머니와 동료분이 점심에 쓸 재료를 담아 나르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려던 때에 동료분이 무게중심을 잃고 재료의 일부를 쏟아버렸다. 모닝빵 한 무더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방으로 퍼졌고, 동료분은 폴짝 뛰더니 "아이고 어째!!" 하며 당황했다. 아주머니는 동료분을 꼭 껴안더니 "오메~ 나도 사랑해~!"라고 말하며 토닥였다. 동료도 그 상황이 익숙한 듯 같이 껴안으며 미안하다 사과한 뒤, 둘은 떨어진 빵을 파란색 쓰레기봉투에 주워 담고서 다시 사이좋게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가슴에 맴도는 묘한 기분에 취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지만, 난 어느덧 사랑한다는 말에 제약과 조건이 많이 붙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귀엽거나 가성비가 좋거나, 맛있거나, 위안을 주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단순하지만, 더욱 깐깐한 기준이 적용된다. 아름다워야 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것. 적어도 나에게 손해를 끼치게 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안아줄 수도, 그래 본 적도 없다(저주를 예술의 경지까지 퍼부어준 적은 많다).
구내식당 아주머니가 보여준, 실수에 사랑한다는 포옹으로의 대처가 좋은지 나쁜지는 사실 모르겠다. 내가 알고 겪어온 인간은 사랑을 주면 그것이 당연한 줄, 혹은 당연하게 변해가는 인간들이 대부분(나도 포함된다)이라서 난 사랑한다는 표현에 머뭇거리게 된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실수에 사랑한다고 안아줄 수 있을까? 아마 남녀를 불문하고 성추행으로 경찰서에서 조서를 쓰게 될 확률이 더 높을 텐데. 구내식당의 아주머니는 작고 귀여우니까 그럴 수 있는 걸 지도 모른다. 나도 다음 생에는 작고 귀여워지고 싶다. 그래서 맘 놓고 모든 사람과 실수에 사랑한다 안아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