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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Jun 05. 2023

유쾌한 지구걱정인, 황혜나

두 돌이 지난 우리 아가는 매일 아침 호기심 가득한 눈을 뜨고, 종일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을 담는다.
생기 넘치는, 생명 그 자체인 아이를 보고 있자면 벅차게 행복하면서도 미안할 때가 있다.
나도 잘 모르겠는 거대한 변화 속에 우리 아이를 들여보낼 생각을 하면 괜히 짠해진달까.
그 마음은 금세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는 아주 크고 막연하면서 다정한 다짐으로 이어지는데, 최근 대차게 꽂힌 주제가 바로 ‘환경’이다.

내 다짐만큼이나 크고 막연한 주제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공부하고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사소하게 한 발자국씩 떼어 보기로 했다.
그 시작은 바로 환경에 진심인 친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어떤 마음으로 어떤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
혹시 환경에 대해 관심을 막 가지기 시작한 독자라면, 오늘의 인터뷰를 읽으며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화하고 적어 보았다.


<사소한인터뷰> 399번째 주인공, 황혜나




사소한인터뷰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11년 차 연구원 황혜나입니다. 책 읽고 글 쓰고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합니다. 생각이 여물면 글로 수확하는데, 요즘은 아무도 모르게 수확 중이에요.(웃음) 나중에 저의 생각들을 정성스레 담아 소개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사소한인터뷰의 공식 질문이 있어요. 본인을 한 마디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 나누다가 “두근두근하지만 할 말은 다 했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문장이 저를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 쫄보라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어떡해”라며 우물쭈물하지만, 막상 할 말은 또 하는 편이에요.


지금도 사실 엄청 두근두근해요. 주변 사람들이 제가 환경에 ‘이렇게까지’ 진심인 거 거의 모르거든요. 혼자 하던 생각이 인터뷰 글로 정리되어 올라간다니 떨리지만, 어쨌든 오늘도 할 말을 하러 왔네요.(웃음)


언니는 꼭 해야 할 말만 단정하게 정리해서 다정하게 말한다



Part 1. 환경, 그 노답 고민의 시작


저는 아이를 낳고부터 환경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언니는 언제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20대 중반까지 아토피가 심했어요. 아토피라는 게 원인은 정확히 모르지만 환경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환경 제품에 친숙했어요. 제 고향이 울산인데, 공업 도시에서 나고 자란 영향도 있어요. 여름에 집 문을 열어 놓으면 공장의 페인트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었죠. 석유 화학 단지의 높은 공장 굴뚝도 늘상 보고 자랐고요. 개인적인 건강 문제부터 환경 오염 이슈까지 가깝게 접해 와서 그런지 환경에 좀 예민한 편이었어요.


다만, 어릴 때는 단순히 내 몸에 좋은 것을 친환경이라 생각했어요. 초점이 ‘나’에게만 있었던 거죠.


- 그 초점이 어떤 계기로 넓어지기 시작했어요?


취준생 때 우연히 ‘전자 쓰레기 마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각종 전자 제품이 기부라는 미명으로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 버려지고 있었죠. 특히 그 나라의 어린아이들이 버려진 전자제품의 전선에 들어있는 구리를 얻기 위해 보호 장비도 없이 제품을 태우고 있었어요. 플라스틱 덩어리를 태울 때 유독가스가 엄청나거든요. 그 장면이 꽤나 충격적이었어요. 더 큰 충격은 전자제품의 상당수가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이었다는 거예요. 당시 제가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들의 제품이었죠.


제 전공이 신소재 공학이라서 자소서에 항상 "성능이 좋은 재료를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적곤 했거든요. '내가 만들겠다고 한 것들이 저렇게 버려지는구나' 깨닫게 되었죠. 아직 취준생이라 제가 만든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그 후로는 자소서에 "귀사가 좋은 제품을 만들면 그 뒷감당은 내가 하겠다"라는 식으로 어필했지요.(웃음)


출처: [지금 세계는] ‘구호품’이란 이름의 개도국 전자쓰레기, KBS 뉴스


그렇게 들어간 회사에서 벌써 11년 차가 되었어요. 회사에서 했던 환경 업무에 대해 듣고 싶어요.


회사에 입사해 약 5년 정도는 제품 내 유해 물질을 관리하는 환경 법규 대응 업무를 주로 했어요.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려면 나라마다 정한 여러 환경 규제들을 지켜야 해요.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에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금지 예정 물질이 있으면 대체 물질로 미리 개발할 수 있게 관련 부문에 알리고, 실제로 대체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업무예요.


또 최근에 많이 중요해진 LCA(Life Cycle Assessment)라고 하는 전 과정 평가도 팀에서 주로 했어요. 쉽게 말하면, 제품을 만들고 폐기하는 전 과정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평가해서 최소화할 수 있게 유도하는 일이에요.


11년 전만 해도 회사에서 환경 문제를 대응하는 관점이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그땐 거의 최소한의 법규 대응만 하는 정도였어요. 환경은 마케팅 포인트로 가끔 활용하는 정도였죠. 아무래도 친환경 기술이나 부품을 쓰면 비용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나마 법에서 규제하면 할 수 없이 따라가는 분위기였죠. 일하면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래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뀐 것 같아요. 탄소 중립과 관련된 규제, 협약 등이 강화되면서 대응이 시급하고 중요해졌죠. 역시 법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느껴요. 지나간 10년이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하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엔지니어로서 환경 관련 기술 영역에 있어 좀 더 고민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전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필요한 기술의 많은 부분은 이미 개발되었다고 봐요. 다만 이 기술을 더 싸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겠죠. 비용과 성능의 접점을 찾는 것이 엔지니어가 할 일이에요. 지금은 높은 가격 때문에 쓰지 못하는 기술이 많아요. 하지만 현재 우리가 흔하게 쓰는 기술도 처음에는 다 비싸지 않았을까요.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량으로 사용하면 가격도 계속 낮아질 수 있지요. 당장의 효율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목적을 두고, 가능한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Part 2.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워낙 오랜 기간 동안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던 언니이다 보니, 일상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남들이 아는 것은 대부분 해요. 텀블러, 손수건 가지고 다니고 일회용품 쓰지 않으려 하고요. 괴롭지 않은 선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요. 너무 엄격하지 않게, 꾸준히요.


그리고 환경에 좋은 제품은 비싸거나 품질이 부족해도 사는 편이에요. 생산자가 개발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서요. 몇 년 전에 생분해성 생리대를 사서 써봤어요.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썩는 플라스틱도 있어요. 그걸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불러요. 근데 어떨 때 썩냐면 특정 온도 등의 일정 환경 조건에서만 썩어요. 그러니까 이 생리대가 정말 생분해 되려면 다른 쓰레기와 섞이지 않고 이것만 따로 모아서 적절한 환경에 갖다 놔야 진짜 '친환경'이 되는 거예요. 게다가 생리대에 붙어 있는 접착제는 다른 성분이라 제거해야 하고요. 현실적으로 이렇게까지 분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결정적으로 품질도 많이 떨어졌고요.


알면서도 저는 샀어요. 이런 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소비자가 찾으면 더 개발할 거고, 개발을 하다 보면 성능이 개선될 거고, 궁극적인 목적에도 가까워지겠죠.


매일같이 직접 빨아서 사용하고 있는 귀여운 손수건들. 인터뷰 당일에도 돌고래 손수건을 가져왔다.


더 좋은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것뿐 아니라, 환경 부하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늘 생각한다고 들었어요.


머릿속에서 어떻게 하면 환경 부하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계속 돌아가요. 예를 들어 미용실에 가면 테이프, 비닐 등 일회용품을 얼굴에 붙여 주는데 ‘이거 안 붙이고 어떻게 안 되나’라는 생각을 하고, 축제나 행사에 갔을 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컵이나 용기를 따로 챙겨올 수 있게 만들까’, 양치질을 할 땐 ‘칫솔에 머리 부분만 교체하는 건 왜 개발 안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의 생활 모든 곳에서 이런 생각을 해요. 엉뚱한 생각이 더 많아서 다 말은 못 하고 있습니다.(웃음)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작은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문득 ‘내가 휴지 한 장 덜 쓴다고 지구 온도가 내려가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너무 거대하게 생각하면 무의미해져요. 저는 제가 진심인 영역에 한 발이라도 더 가려는 마음에서 의미를 찾아요. 만약 80년 후에 모두 죽는다고 한들 지금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죠. 어쨌든 그날까지 하루하루 살아야 하니까요. 다 부질없다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나는 뭐라도 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마음으로요.


저의 만족을 위해 하다 보니 작은 실천 하나하나를 나름 즐기고 있어요. 챌린지 같달까요. '이번 달에 종이컵 하나밖에 안 썼어'라며 혼자 아주 뿌듯해해요.


지키고 싶은 자연의 모습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직접 찍은 평화로운 바다 사진을 보내줬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간이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본질적인 노력처럼 느껴져요. 욕망을 절제하며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게 실제로 해보니 정말 어려운 일이던데, 언니는 어때요?


정말 공감되는 질문이에요. 가장 중요한 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사는 순간 쓰레기’라고 생각해서 소비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껴요. 살 때마다 이게 정말 필요한지,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제품인지 여러 번 고민하죠. 하지만 삽니다, 사요.(웃음) 최대한 노력하지만 세상엔 좋은 게 너무 많아서 늘 내적으로 싸우고 있어요. 완벽하지 못해서 그간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혼자 해왔는데...(웃음)


사는 것뿐 아니라 버리는 것에도 신중해졌어요. 쓰레기를 버리면 내 집에서 사라지는 것이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하거든요. 기능상 문제가 없으면 좀 해져도 그냥 쓰려고 해요. 작년부터는 양말을 두어 번 꿰매 신어 봤어요.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구멍이 날 것 같으면 바로 버렸거든요. 너무 궁상맞나요?(웃음)


꼭 필요한 소비만 하는 게 중요한 걸 알지만 ‘꼭 필요하다는 것’의 범위를 정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렇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비가 어디까지일까요?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간, 인류에 대한 이해도 같이 커지는 것 같아요.


넷플릭스 ‘테이크 원’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아티스트에게 가장 의미 있는 단 한 번의 무대를 원테이크로 담아내죠. 아티스트가 상상하는 무대를 제작진이 실현해줘요. 어떤 가수는 허허벌판에 커다란 조형물을 세우고 몇백 명의 사람을 동원해 ‘단 한 번의 무대’를 만들어요.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게 짜릿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저 구조물, 의상 등은 한 번 쓰고 버리겠지’라는 생각이 들 땐 불편한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렇게 기발한 일을 벌이고 도전하는 게 인간이잖아요. 맨날 똑같은 무대에서 똑같은 컨셉으로 노래하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재미없겠죠. 인간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인간은 해야 할 게 너무 많은 존재인 것 같아요.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 할수록 고려해야 할 맥락이 점점 더 많아지고 복잡해져요.


‘생태 우울’이라는 개념이 있을 정도로 환경 분야를 알수록 답답하고 막막하던데, 그런 감정을 어떻게 다루며 지내나요?


저는 그냥 ‘제대로 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유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기후 위기가 지금 당면한 시급한 문제라고만 생각하기보다 ‘뉴 노멀’이라고 보거든요.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같아질 수 없는 것처럼 환경도 완전히 변화한 거예요. 이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고 봐요. 저는 그걸 먼저 인지하고 살고 있잖아요. ‘그럼 난 나중에 생존에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라고 재밌게 생각해 보기도 해요.


오히려 이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을 대면할 때 속상하고 우울한 것 같아요.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하나 남겨 준다면?


만약 지금 뭔가를 하고 있는데 어렵고 불편하다면, 이게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된다면 "매우 잘 하고 계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싸고 쉽고 당연한 것이 있는데 그걸 안 하려니 힘든 것은 당연해요. 고민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된다고도 생각하고요. 혼자 하면 어렵고 낯선 방식이지만 같이 하면 좀 낫지 않을까요.


환경을 주제로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이전 인터뷰이가 남긴 릴레이 질문이 있어요. 당신을 어떤 특정한 순간으로 데려가는 음식이 있나요?


특정한 순간에 먹는 음식은 있어요. 엄마표 팥 칼국수인데요. 제가 좀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없어 보이면 "팥 칼국수 해줄까?" 하시거든요. 우리 엄마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맛도 수준급입니다.(웃음)


다음 인터뷰이에게 남기고 싶은 질문은?


환경을 위해 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사용하고 있는 친환경 아이템이 있나요?


마지막으로, 회의감에 빠질 때 힘이 되는 말이나 생각이 있나요?


최근에 환경을 주제로 하는 모임에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믿지 않거나 관심이 없어서 놀란 적이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놀랐다기보다 속상했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만 논의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왜 필요한지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어요.


그럴 때 위로가 되었던 영상이 있는데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선생님의 이야기예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화를 시도하는 많은 경우에 도움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바꾸어 놓으려 애쓰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어요.

상대에게는 내가 몰랐던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랬다면 여러분의 경험 안에서 이야기를 찾으세요.

마음을 울리는 건 이야기입니다.

고집 센 사람들과 논리로 다투는 건 무의미해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상대방의 변화에서 여러분의 공로를 찾지 마세요.

변화의 공로를 그들이 가지게 하세요.

변화만 일어날 수 있다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언니가 회의감에 빠질 때마다 꺼내봤다던 캡쳐 사진 중 일부


아이와 함께 온 여행 중에 이 글을 정리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과
엎드려 새근새근 낮잠 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기후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 나지 않는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과
쨍한 햇빛을 받아 더욱 눈부신 들판,
산등성이를 따라 죽 이어진 푸른 선.

조금 덥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고 베란다 문을 연 채 일부러 바람을 맞으며 그 소리를 듣는다.
이 모든 것을 우리 아이와 언제까지고 당연히 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지금의 현실을 마냥 부정하고 싶어질만큼 간절한 마음이다.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자연과 지구, 우리의 미래에 대해 물을 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웃으며 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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