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롱 Nov 22. 2018

자원봉사 영향력 측정을 위한 기록의 중요성

변화를 포착하는 도구로서의 기록에 대하여

들어가기

 


좋은 일 하시네요


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입니다. 자원봉사활동현장에서 자원봉사 관리자라고 하면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이 한마디가 어쩌면 자원봉사는 그저 좋은 일이며, 그 좋은 일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제목과 같이 “자원봉사 영향력 측정을 위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자원봉사의 영향력 측정이 자원봉사계의 우선과제이자 딜레마 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모든 현장 실무자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기록이 자원봉사의 영향력을 측정하기 위한 가장 기본 정보이자 증거로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싶은데요,  물론 아직은 활용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로서, 본 글은 이를 위해 실행해본 실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쓴 것입니다.



앞선 생각들

자원봉사 영향력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슈이면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모든 선행 사례와 연구들을 되짚어 볼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실무자들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자원봉사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외부에 공개하는 영향력 보고서는 여전히 양적인 평가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지요.



우리 기관이 운영한 자원봉사 프로그램 수, 참여한 자원봉사자수와 활동시간, 협력기관의 수, 수혜를 받은 대상자수, 확보한 자원과 그 자원을 배분한 수치, 교육훈련의 횟수와 참여자수, 웹사이트 또는 온라인 홍보물의 이용자수나 노출건수를 들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런 수치를 경제적인 수치를 환산해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프로그램 참여와 혜택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하고,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하기도 하지요, 수상경력도 우리에게 도움이 됩니다. 이런 수치와 활동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영향력 평가의 목적을 생각할 때, 성과가 수치 자체가 아니고 더욱이 그 영향력이 수치는 더더욱 아닐 때, 자원봉사자의 활동하겠다는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우리의 활동이, 지원이 또 다른 지원을 촉발했는지, 지역사회의 문제가 정말 자원봉사활동으로 해결되었는지가 더 드러나려면 어떻게 측정을 해야 할 것인지, 측정이라는 ‘객관’을 담보하는 단어가 수치라는 객관을 넘어서 공유와 동의를 통해 객관을 얻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후원하고 지지하는 분들에게 이것들을 전달하고 싶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고 싶기 때문인 것 또한 너무도 분명합니다.


한국중앙자봉사센터(2017), 한국자원봉사의해 사회문제해결 10대어젠다 기획연구(6대 어젠다를 중심으로)


최근 발행된 IAVE 매거진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자원봉사 성과지표를 개발했습니다. 당시의 문제제기 역시도 자원봉사활동 성과의 측정방식이 대부분 자원봉사의 참여자수와 활동 시간 등 단순한 양적 지수로 일관된 다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임팩트 중심의 패러다임을 담을 수 있는 핵심요소들을 검토하여 다음의 5가지 지표들이 연구되었습니다. (한국자원봉사의해 연구진, 사회문제해결 성과지표 연구, 2017) 성과지표의 기본 프레임은 보시는 이상의 표와 같습니다. 이 지표들은 국내에서 자원봉사 대상 등의 심사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 현장에서 여전히 양적, 수치 기반의 기록들만이 남는다면 자원봉사의 영향력을 포착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객관  변화  기록


평가는 객관을 담보로 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임팩트 보고서가 객관적으로 평가가능한 수치를 위주로 구성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록에서 객관이란 주관들의 합입니다. 기록이 기록하는 사람의 주관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주관 자체를 기록함으로써 읽는 이들로 하여금 그 객관을 판단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의 영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 객관을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기록의 이러한 측면을 활용하는 것은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영향력 평가와 관련한 앞선 논의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것 중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변화”입니다. 변화의 측정이 곧 영향력의 측정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측정을 위해서 앞서 언급된 수치들이 동원됩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런 수치들이 담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사례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들이 측정의 도구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 영향력 측정에 있어 활동의 주체인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요소가 적다는 것, 잘 된 점을 부각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필요에 대하여, 앞으로 기관이 뻗어 나가야 할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자원봉사 아카이브의 실험 사례의 공유

이상의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자원봉사 아카이브는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자원봉사 아카이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 아카이브(archives.v1365.or.kr)는 자원봉사의 가치, 시민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원봉사의 정신이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공유되기를 바라며, 대한민국 내의 246개 자원봉사센터, 15개의 자원봉사 유관기관이 자신들의 기록물을 공유하고 보존하는 기록공동체이자 기록보존소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처음 제안하고 현재까지 사무국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이슈와 관련하여 기록물을 수집, 관리보존하며, 온라인 상에서 열람과 다운로드를 제공하고 전시와 같은 기록 콘텐츠를 제작하여 서비스하기도 합니다. 향후 자원봉사 기억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아카이브는 ‘기록’을 매개로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하여, 자원봉사자가 측정에 참여하는 방법, 자원봉사자와 그 이야기가 도드라지는 측정의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을 했는데, 그 중에 4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사례들은 명확한 영향력 측정의 지표를 찾기 위한 실험이 아닌, 영향력 측정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위해 오랜 시간을 두고 변화를 측정하는데 꾸준한 기록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한 프로젝트를 소개한 것입니다.


프로젝트 사례 소개 : 변화와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기록을 통한 측정

1) 한국 자원봉사의 뿌리를 찾아서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한국 자원봉사의 뿌리를 찾아서>입니다. 여기 2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자원봉사계의 많은 분들이 알아보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IAVE의 이사직을 맡았던 김옥라 이사장님과 이강현 박사님입니다. 자원봉사의 뿌리를 찾아서 인터뷰를 위해 기증해주신 사진들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기록이 우리에게 유의미한지, 그리고 자원봉사와 관련한 국내의 제도와 정책의 변화,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변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의 변화, 그때와 지금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는 취지로 기획하였습니다. 먼저 한국 자원봉사 역사 속에 유의미한 사건들을 정리하여 연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증언할 주요한 자원봉사자, 실무자들의 구술기록을 채집하기 위해 인터뷰이를 추천받고, 이에 대해 적절하게 질문할 수 있는 인터뷰어를 섭외했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소장 기록물을 기증받고, 인터뷰집을 발간했습니다. 일부는 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와 아카이브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기억은 물론, 많은 시간이 지난 현재, 당시의 시도가 현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구술자를 선정하는 문제, 기억이 완전히 일치하지 못해서 진위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여한 자원봉사자와 활동가들이 기록을 매개로 자신들과 지역사회의 변화가 기억된다는 것을 몹시도 기뻐한 것입니다.

<한국 자원봉사의 뿌리를 찾아서> 인터뷰집 바로가기


2) 자원봉사자 삶의 기록, 다큐멘터리 제작과 지역 공동체 상영


두번째 사례입니다. 광주라는 지명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광주는 민주화운동으로 유명한 한국의 지방도시입니다. 광주의 한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 아카이브에 이러한 요청을 했습니다. “평생을 광주의 어려운 이웃과 약한 이들을 위하여 자원봉사로 헌신한 분이 계신데, 올해 돌아가셔서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니 이분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을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을 어떻게 기록하면 좋을지 고민한 끝에, 평생을 자원봉사와 지역사회의 변화에 헌신한 자원봉사자의 삶을,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사진, 편지, 지역사회의 변화를 담은 기록들을 수집하여 영상기록물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에 지역 자원봉사자 600여명이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는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자원봉사자 한 사람이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며 함께 웃고 우는 시간이었지요.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 그 시간, 그리고 지역사회에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기록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반면 이런 프로젝트들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의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사진은 당시 상영회 현장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故허상회 자원봉사자 추모다큐멘터리 "살아사는 사람의 거름, 죽어서는 나무의 거름" > 바로가기


3) <416 세월호 참사 자원봉사활동기록 - 동행, 기억과 나눔의 길>


세번째 사례입니다. 한국사회에 가장 큰 충격과 아픔을 준 사건 중 하나로 ‘세월호 침몰 참사’를 꼽습니다. 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재난 앞에, 자원봉사자들은 현장을 지키며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로했고, 우리는 이 과정을 활동통계, 자원봉사자들의 인터뷰와 수기, 관계자들의 토론, 언론보도 등을 수집하여 책으로 엮어 내었습니다. 재난의 때에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연대하고 상호 교류한 과정과 경험이 가지는 가치를,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증언한 기록은, 자원봉사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가장 유의미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사진은 발간한 책의 표지이고, 두번째 사진은 자원봉사 아카이브의 검색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관련 사진들의 캡쳐이미지 입니다. 이 사진들은 당시 책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자들이 기증한 것으로 아카이브에 소장하고 있습니다.

<동행, 기억과 나눔의 길 - 416세월호 참사 자원봉사활동 기록> 바로가기 


4) 2018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 기록 프로젝트


올해 대한민국과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에 하나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대회일 것입니다. 특히 올림픽 자원봉사는 외신의 보도와 같이 많은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의 중심에는 자원봉사가 있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원봉사 아카이브 역시 본 이슈에 대한 기록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온라인포털 사이트의 사회공헌 플랫폼과 연계하여 기록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모금함을 개설했고, 자원봉사자를 기억하는데 마음을 더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기록을 수집했지요.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자원봉사 관련 기록들,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기증한 활동 사진들, 다양한 베뉴와 업무를 수행한 자원봉사자와 관리자들의 인터뷰, 그리고 자원봉사자에게 힘이 될 만한 감사의 메세지와 자원봉사자 모집부터 해단식까지 언론에 보도된 자원봉사 기사들, 온라인에서 주고받은 자원봉사자들의 기쁨과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까지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수집된 기록물들을 선별하여 온라인 아카이브 전시 “자원봉사로 다시 만나는 평창”을 오픈했습니다. 한글로 서비스되어 아쉽지만 한번 둘러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기록들이 2032년 남북한이 공동으로 개최될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자원봉사의 변화를 보여주는 발판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Re-Collect@Pyeongchang 온라인 기록전시 바로가기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제언들

아주 대략적으로 자원봉사 아카이브가 진행한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사례들이 영향력 측정의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기록’이라는 것이 영향력 측정의 도구로서 평가의 지표들을 보완하고 자원봉사자들을 측정의 과정에 참여시키는 촉매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많은 현장의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원봉사 아카이브가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가치는 기록될 수 있는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이 고민은 자원봉사의 영향력 측정의 고민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기록은 자원봉사가 이룬 변화를 포착하는 도구로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에서부터 자원봉사자 스스로가 참여하는 기록이라면 더욱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의 사례들이 측정의 모델로서 제안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과정을 통해 개념화되고 지표화되는, 실로 측정되는 프레임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자원봉사 아카이브가 가진 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자원봉사의 영향력을 측정하는데 있어 기록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자원봉사의 가능성, 사회적 요구에 대한 호응, 지역사회와 참여자의 상태와 조건, 행동의 변화를 불러오는 영향력 측정의 실험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Presentation sheet (Eng ver.) 바로가기 

Presentation script (Eng ver.) 바로가기




*이상의 글은 세계자원봉사협의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Volunteer Effort, IAVE) 에서 "Our responsibility for the global future"를 주제로 개최한 제25회 세계 자원봉사 컨퍼런스(25th IAVE World Volunteer Conference, WVC2018, www.iave.org/wvc2018/) 중 "The Importance of Records in Measuring the Influence of Volunteer Work" 를 표제로 발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