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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힐 Nov 12. 2023

병원

2화

진료실 앞 화면에 나의 대기번호가 떴다.


 똑똑. 


오른손 검지 마디를 구부려 가볍게 노크하고, 손잡이를 왼쪽으로 힘주어 당겼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 흰색 문은 꽤나 두텁고 무겁다.


‘문이 좀 가벼웠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다, ‘덕분에 안에서 오가는 이야기가 밖으로 들리지는 않겠지’하고 안심한다.


“안녕하세요-.”


‘요’를 약간 길게 늘여서, 밝게 인사한다. 항상 그렇다. 번다한 마음이 성급히 티 나지 않았으면 해서.


희고 무거운 문을 다시 닫으며, 그 찰나에 머릿속으로는 자리에 앉으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빠르게 정리해본다.


“어떻게 지냈어요?”


매번 같은 질문이다. 내 인사처럼, 물음의 온도도 늘 비슷하다. 과장스럽게 따뜻하지도, 기계처럼 서늘하지도 않은, 그 정도.


매번 같은 질문인데, 받아들 때마다 선뜻 무어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 …”


시선을 살짝 떨구고 말을 골랐다. 이야기를 펼쳐본다. 회사 일은 그런대로 이어져간다는 이야기,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견딜 만한 수준이라는 이야기,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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