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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힐 Dec 29. 2023

직면

4화

날이 저물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둑했다. 


부지런히 언덕을 올랐다.


서두르고는 있지만 기꺼이 가고 싶은 곳을 향하는 것은 아닌 듯, 그런 걸음.


오늘도 일은 제 시간에 (제 시간이란 것이 있기는 한가?) 마쳐지지 못했고, 덕분에 이리 부산스럽다.


(병원을 가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각기 다른 높낮이, ‘무슨 무슨 과’, ‘무슨 무슨 관’이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이 여럿 지나갔다.


“세상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건물마다, 병실마다 아픈 이들이 머물고 있는 것일까.


금세 울적해지는 마음을 애써 외면한 채, 수일 전 병원에서 보내온 문자 메시지에 집중해 건물 몇 개를 더 지났다.


- 00관 4층 0000 센터로 오시면 됩니다. - 


‘이 건물인가.’


정규 업무 시간이 끝난 만큼, 건물 로비 조명은 듬성듬성 불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승강기를 찾아 타고 4층을 눌렀다.


‘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이 낯설고 차가운 곳에서, 오늘 난 홀로 밤을 보내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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